현대약품 노동조합이 지난해 부분파업까지 진행하며 쟁의 수위를 높였으나 사측과 협상 접점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와 사측은 올해도 협상 자리를 가졌으나, 형식적인 논의에 그쳐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갈등은 해를 넘겨 장기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13일 현대약품 노조에 따르면, 노동청 주제 하에 대화를 나눈 뒤 사측과 18차 협상을 진행했으나 협상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자리가 마무리됐다.
이 자리에서 노조는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을 분리해서 논의하자는 제안을 내놨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약품 노조는 부분 파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노조위원장 등은 본사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도 진행 중이다.
천안 생산공장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소속 노조원들이 하루에 세시간씩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천안공장에서 생산하는 일부 의약품은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흡기 제품, 경구용 탈모약, 정신과 약물 등 현대약품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사측에서는 생산 공백을 막기 위해 직원 일부를 약 2주간 제품 포장 업무 등에 투입했으나, 노조 측은 이를 단체협약 위반 행위로 규정해 노동청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장 접수 이후 사측은 더이상 직원을 생산업무에 투입을 중단했으나, 생산 차질 해결을 위해 일부 직원을 부서 이동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 등에서 근무하고 있는 타 부서 직원 5명을 천안 생산공장으로 발령한 것.
노조 측 "노사 갈등의 궁극적인 원인은 대표이사"
현대약품과 노조 측은 지난해 17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을 통해 사측이 요구한 대부분 안건은 철회했으나, 신입사원과 관련한 요구사항에서는 노조와 사측이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현대약품 사측은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을 4800만원에서 4500만원 수준으로 조정하고, 연차를 기존 20일에서 15일로 축소하기 위한 임금단체협약 개정안을 노조 측에 제시했다.
노조 측은 연차를 18~36일로 조정하고, 임금 TFT 통한 재논의, 일비 3만85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상향 등을 제시하는 등의 조정안을 내놨다.
하지만 신입사원과 관련 요구안은 회사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허성덕 노조위원장은 "대표이사와 면담을 통해 안건 조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추후 진행된 협상도 사측은 형식적으로만 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허 위원장은 "오너 3세가 최고 CEO가 되자마자 기존 영업부와 생산부 직원을 줄이고 외주화 및 촉탁직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이상준 대표를 노사갈등 원인으로 꼽았다.
노조 측은 사측과 진행하는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설 명절 이후 2월부터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는 생산공장에 대한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영업부서를 포함해 파업 강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며 총파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대약품 노조는 내달 초 영업부서 등의 노조원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파업 강도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사측은 노조 부분파업에 대응에 직원 부서이동까지 지시하며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어 사측도 이번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노사 대립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현대약품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4% 증가한 1627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16억, 32억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22년 77억, 11억 흑자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