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신라젠, 인보사 사태로 알려진 코오롱티슈진에 이어 지난 16일 제약사의 신약개발 임상 결과 공시 관련 매끄럽지 않은 상황이 다시 발생했다.
바이오기업 에이치엘비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결과를 허위로 공시했다는 의혹으로 금융당국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진양곤 회장이 직접 반박에 나섰지만 16일 하루 에이치엘비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27.2% 하락했다.
시가총액이 1조3000억원 가량 증발하면서 전날 3위였던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도 8위로 내려갔다.
문제가 된 임상 결과는 에이치엘비가 지난 2019년 공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이다.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리보세라닙 임상 결과가 당초 기획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허가 신청이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FDA 문서에는 ‘실패(fail)’라고 기재될 정도로 부정평가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는 허위공시 등에 대한 심의를 마쳤고, 증권선물위원회 조치를 앞두고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이날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금융감독원이 조사했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를 거쳐 증권선물위원회를 앞둔 상황인 것도 맞지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사 실적 공시 잡음,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대표 사례 꼽혀
금융당국이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임상 결과에 대해 칼을 빼든 것은 제약회사들이 내놓은 전망과 달리 임상시험 결과를 허위로 공시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거래가 정지된 코오롱티슈진이 전형적인 예다. 신라젠은 임상 실패에 대한 결과 공개를 지연해 문제가 됐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와 임원들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펙사벡'의 임상 실패를 사전에 알았지만 공시 전에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등 부당한 시세 차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에 올라 지난 2020년 5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2019년 4월 코오롱생명과학은 미국 임상 3상을 추진하던 중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가 원래 알려진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인 ‘GP2-293’ 세포를 형질전환세포로 사용해 제조됐다고 밝혔다.
이에 FDA는 같은 해 5월 인보사 임상 3상 중단을 통보했고 식약처도 같은 해 7월 인보사 허가를 최종 취소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 변경 사실 등을 숨겼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이 상장심사 당시 중요사항을 허위 기재하거나 누락했다고 판단해 회사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코오롱티슈진 상폐 여부를 논의하고 개선기간 1년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도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정지 상태다.
미국 바이오협회 "신약개발 성공률 10% 밑돌아"
애초 신약 개발의 벽은 매우 높은데 투자자들의 과도한 기대심리로 현재 가치보다 높게 평가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바이오협회가 2017년 발간한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 2006-2015’에 따르면, 임상 1상부터 품목 승인까지 성공률은 9.6%였다.
임상 2상을 통과하는 의약품은 30.7%에 불과했고, 이 단계가 가장 넘기 어려운 분야였다. 임상 2상에서 성공하는 비율도 58.1%에 불과했다.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High Risk High Return’ 산업이다. 후보물질을 발굴해 개발하기까지 최소한 10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데다 개발을 완료하고 상업화에 성공하기는 훨씬 어렵다.
신약개발을 염두한 주식 투자에 한 증권연구원은 "신약개발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이제까지 확인된 데이터를 분석해 해당 약물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하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며 "하지만 사전에 알려진 정보만을 가지고 해서 오류를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전에 위험을 회피하거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한 비중을 조절하는 등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가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기본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다 철저히 전문적으로 선별해 내는 '기술평가'를 도입하는 등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