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외시키고, 별도 제정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주장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분리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환자 치료에 향정신성의약품이 불법인 마약류로 묶여 있다보니 필요한 치료를 기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립건강정신센터의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 결과,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12.9%는 정신과 약물치료 부작용을 정신건강 문제 치료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꼽았다.
과거에는 아편, 마약, 합성마약, 코카인 등은 마약법으로, 대마는 대마관리법으로 그 외 모든 향정신성의약품은 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으로 관리돼 왔다.
그러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 2000년 7월 1일 3개 법이 폐지되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통합시행됐다.
향정신성의약품은 ADHD 치료제와 같이 의료용으로 사용되지만 일부 오남용 우려나 의존성이 있는 약품부터 수면제, 안정제 등과 같이 의존성이 심하지 않은 의료용 약물까지 모두 마약류에 포함됐다.
송성용 의무법제부회장은 "향정신성의약품은 필수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약류관리법은 이를 사회에 발붙여서 안 되는 불법 마약과 같은 범주에 포함시켜 정신질환 환자들 치료 거부감과 사회적 낙인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보면 마약은 원천 금지와 처벌에 중점을 뒀다면, 향정신성의약품은 처방전에 의한 취급 및 보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너무 다른데 둘을 마약류로 통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법처럼 인식돼 정신건강 관련 환자들 치료 기피 늘어"
"향정신성의약품, 마약류 정의 규정 폐지해야"
게다가 지난 21대 국회에서 진행한 마약퇴치운동 대상을 '마약류'로 지정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도 도매급으로 묶이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송 부회장은 "마약 중독자 치료에 대해 입법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까지 퇴출 대상으로 삼거나 마약 중독자 치료 법을 제정하면서 마약류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잘못된 법안들이 다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의사회는 마약류관리법의 마약류 정의 규정을 폐지하고, 해당 법의 규율 대상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영 법제이사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 정의 규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면서 "마약류관리법 규율 대상은 마약, 의료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의존성 물질, 대마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현장에서의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은 별도 제정법을 통해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회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