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뇌 속 청소부’로 불리는 미세아교세포 추적이 가능해져 치매 치료에 한 발자국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은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팀[사진]이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CDr20'을 개발하고 살아있는 동물의 뇌에서 미세아교세포의 활동을 실시간 추적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제현수 싱가포르 듀크엔유에스의대 교수, 싱가포르 국립바이오이미징컨소시엄(SIBC) 연구진과 함께 진행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는 침투한 병원체나 뇌세포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청소부'로 불리며 뇌세포 중 12%를 차지한다.
미세아교세포는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는데, 오작동으로 인해 정상적인 시냅스까지 과도하게 없애게 되면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이어진다. 뇌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궁극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세아교세포를 추적·관찰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진은 형질전환 없이 간단하게 미세아교세포를 표지할 수 있는 형광물질을 찾아냈다. 우선 연구진은 뇌 조직 내 세포 상태와 유사한 뇌세포 배양체를 이용해 다른 세포들은 염색하지 않으면서 미세아교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물질 후보를 선정했다.
그 중 가장 세포 선택성이 높은 물질을 'CDr20'이라 명명했다. 이후 알츠하이머병 모델 생쥐의 꼬리 정맥을 통해 CDr20을 주사했다.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CDr20이 미세아교세포만 정확하게 염색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CDr20이 미세아교세포만을 특이적으로 염색할 수 있는 원리를 파악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했다. 약 2만 개의 생쥐 유전자를 하나씩 없앤 미세아교세포 2만 여 종의 라이브러리를 제작하고 CDr20에 의해 염색되지 않는 세포들을 모아 분석했다.
그 결과, CDr20의 염색 성능은 'Ugt1a7c'라는 유전자 유무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남을 밝혔다. 본래 형광이 매우 약한 CDr20은 Ugt1a7C 효소와 만나면 분자구조에 변화가 생기고, 형광성이 큰 형태로 변화해 강한 붉은색 형광 빛을 낸다.
이번 연구는 뇌의 미세아교세포에만 존재하는 Ugt1a7c 효소를 이용해 미세아교세포를 선택적으로 염색하는 형광표지를 개발한 것에 의미가 크다.
미세아교세포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인 신경퇴행성뇌질환의 발병과 진행에 관여하기 때문에 개발된 형광물질이 향후 뇌질환의 궁극적인 원인 규명, 치료기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태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살아있는 개체의 뇌 속 미세아교세포를 형질전환동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간단하게 표지할 수 있는 최초의 형광물질을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뇌세포에서 발현되지 않는 특별한 효소와 반응해 형광을 내는 물질로 의·생명 분야의 후속연구로 이어져 궁극적인 뇌질환 치료제가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