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건강보험 급여목록 의약품의 우선 순위를 정해 새로운 재정투입 요소가 들어오면 순서대로 퇴출하는 기전 도입이 공식화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안)’에 포함된 약제비 적정관리 등 약제 관련 계획에 대해 글로벌 제약사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유감을 표명했다.
건강보험 종합계획의 핵심 가치를 ‘혁신 지향’, ‘가치 기반’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가치 인정과 등재제도 혁신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KRPIA는 11일 논평을 통해 “종합계획(안)은 정부가 건강보험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토대로 예측 가능한 청사진을 마련했다는데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제도 운용에 필수적인 의약품 관련 공급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나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2006년 도입된 ‘선별등재제도(포지티브리스트)’는 비용효과적인 의약품만을 선별 등재해 약가 거품을 없앤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한 번 급여목록에 등재되면 반영구적인 특권을 가진다.
희귀의약품을 비롯해 신약의 도입 약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재정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특권을 해소, 복지부는 재평가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번 종합계획에서는 급여체계 정비를 위하여 임상효능, 재정영향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약제 재평가제도 도입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KRPIA는 “사후재평가 등 규제는 강화된 반면 의약품의 혁신가치 인정과 보험등재를 효율적으로 유인하는 정책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피력했다.
수년에 걸쳐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위험분담제도나 경제성 평가개선 뿐만 아니라 유연한 등재 방안 중 하나로 제시됐던 환자를 위한 신속등재제도 등은 이번 계획안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KRPIA는 “중복적인 기존 사후관리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 상시 기전으로 또 다시 추가되는 사후재평가는 의약품의 가치를 훼손시킬 것”이라며 “정책의 예측성을 떨어뜨려 제약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중대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건강보험종합계획의 세부규정을 수립함에 있어서 의약품 공급자인 제약업계가 직접 참여하는 제도개선협의체 운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RPIA 관계자는 “정부가 계획하는 약제비 지출구조 개선 및 중장기 급여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제약업계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