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 1조원을 넘는 제약사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 1조원을 넘은 기업은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3곳이었다.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 유한양행, GC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한국콜마 등이 매출 1조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4622억원, 영업이익 887억원을 공시했다. 2014년 기준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이래 4년째다.
하지만 매출은 전년보다 10.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3% 감소해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유한양행은 자체 개발약보다 다국적 제약사의 도입약 비중이 높아 영업이익 자체가 높지 않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회사 측은 "연구개발 비용 증가, 관계기업 주식 처분이익 감소, 종속회사 및 지분법 투자회사 이익 감소, 환율하락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GC녹십자는 전년보다 7.5% 늘어난 매출 1조287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1위 유한양행보다 많은 903억원이다. 3년 연속 매출 1조 기업의 위용을 과시했다
이 회사는 주력 부문인 혈액제제와 백신 등이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수출 호조까지 이어지면서 각각 전년대비 7%, 12%씩 성장하며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이 8634억원을 기록해 큰 변수가 없다면 가볍게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동제약은 의약품 사업보다 음료와 소모성자재시업(MRO) 비중이 더 높다. 이로 인해 '무늬만 제약사'라는 부정적인 평가와 '사업다각화의 성공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세 기업과 함께 올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게 될 유력한 기업으로는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한국콜마 등이 거론된다.
대웅제약은 지난 달 ‘올해 예상 매출액 1조원’이란 실적 전망 공시를 냈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8.6% 증가한 960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웅제약이 매출 1조원을 올리게 되면 1945년 설립 이래 최초가 된다.
대웅은 상반기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의 미국 FDA 승인, 계열사인 한올바이오파마의 자가면역질환 신약 기술수출, 한올바이오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안구건조증치료제 임상 돌입 등이 예정돼 있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166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미약품은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순환기 분야에서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 에소메졸, 낙소졸 등 주력 품목이 고르게 성장했다.
한미약품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잇따라 터뜨린 지난 2015년 1조3175억원의 매출로 제약업계 1위에 오른 바 있지만 이듬해인 지난 2016년 기술수출 계약이 변경되면서 매출규모가 88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주력 품목과 함께 총 25종에 달하는 풍부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 수출한 다수 파이프라인의 임상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HM15211’,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HM15136’, 기타 항암제 등 전임상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돼 풍부한 연구개발(R&D) 모멘텀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종근당도 올해 매출 1조원 클럽에 새롭게 가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 6.3% 성장한 8843억원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올해 13% 정도 성장하면 1조원을 돌파한다.
자체 제품이든 도입 제품이든 국내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고 연구개발 결실로 수출 및 해외 진출에서도 탄력을 받고 있어 1조원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종근당은 지난해 자체 개발 제품이 14% 성장해 4820억원(유비스트 기준)으로 원외처방액 1위(유비스트 기준)에 올랐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종근당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8.6%로 상위 제약사 중 높은 수준이고, 연간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어 향후 성장 동력도 준비해나가고 있다"며 "금년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CKD-506’의 글로벌 임상 2상 진입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CJ헬스케어를 인수한 한국콜마의 매출 1조원 클럽 가입 여부도 업계의 관심사다. 한국콜마는 지난해 82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5200억원대인 CJ헬스케어 매출을 더하면 1조3000억원대 매출이 된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의약품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는데 연고크림제, 내·외용액제, 고형제 등 의약품 매출이 2350억원(28.6%)이다. CJ헬스케어는 매출의 약 85%인 4000억원이 의약품 매출이다.
CJ헬스케어 인수가 마무리되면 한국콜마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절반가량인 6000억원대의 매출을 의약품 부문에서 올릴 수 있게 된다.
이들 4개 제약사가 합류하면 매출 1조원을 넘는 국내 제약사는 올해 7개사로 늘어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