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국가가 치매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과연 국가에서 얼마만큼 책임질 수 있냐는 근본적인 물음에는 그 누구도 명확히 대답하지 못한다.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인지중재치료 급여화와 치매 전문가 육성이 시급해 보이는 가운데 치매국가책임제 등 정부가 추진 중인 관련 정책의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치매에 대한 이해와 성공적인 국가 정책 토론회'에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치매 관련 정책이 효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현재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 수는 7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 고령화와 국가 치매 관리비용을 고려하면 환자 및 가족의 고통과 혼란을 감안한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정부 역시 치매국가책임제를 비롯해 중증치매 본인부담률을 10%까지 인하하고 치매안심센터 증설 및 치매 전담형 노인요양시설을 254개소로 확충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양동원 교수는 치매 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치매환자 발굴, 치료에서 치매 예방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먼저 인지기능 조기검진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치매 환자 증가 추이를 반영할 경우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0년 15조2000억원, 2050년 43조2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문제는 2013년도 총 치매 환자 추계치가 57만6716명으로 32%는 현재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68%는 진단조차 받지 못해 약물 치료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양 교수는 "예컨대, 조기검진에 의해 약물 치료를 시행할 경우 치매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연간 1조3000억원~2조8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치매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진료 및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인지 치료에 대한 보험 급여를 통해 프로그램 활성화를 지원해야 한다"며 현재의 정책 방향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치매 전(前) 단계의 바이오마이커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함과 동시에 치매 위험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의 R&D 지원 강화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치매 면담료 신설 통해 전문인력 육성 절실·인지중재치료 급여화도 필요"
치매를 담당하는 의료인이 부족한 치매안심센터를 위해 '면담료'를 신설함으로써 전문가 육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양 교수는 "치매 특성상 환자, 보호자 면담 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며 "진료 시간당 보는 환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인력 충원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결국 이는 치매 전문가 지원 감소로 이어진다.
양 교수는 "환자 진료에 있어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고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 대상의 면담료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밀인지기능 검사가 지난해 2월부터 보험적용이 실시되고 있는 만큼 해당 검사에 투입되는 인력과 시간을 다른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의료기관과 치매안심센터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대병원 신경과 최성혜 교수는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급여화'를 과제로 꼽았다.
지난 2017년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인지중재치료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경도 치매 환자, 중증도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현행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 영역과 저하 정도에 맞춰 인지중재 프로그램을 적용해 인지치료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인지중재치료는 신경학, 신경정신의학 교과서 및 다수 문헌에서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방법으로 제시돼 유효한 기술"이라며 급여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최 교수는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에서 확인되듯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아 안전한 기술로 보인다"며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