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잘못된 정보로 인한 부정적인 인식 확산으로 국내 유방암 환자들의 사회복귀가 저조하며,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 또한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시장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아시아태평양 노동 인구 중 유방암 환자 및 생존자, 한국: 심화되는 문제와 이에 대한 초기 대응’을 주제로 하는 한글 보고서가 20일 공개됐다.
화이자 후원으로 작성된 이번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재취업은 회복에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며 발암 인자가 아니다”라고 전해 환자 본인과 사회적인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방암 생존자 경력단절 등 생산성 손실 15년간 약 7배 높아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방암의 경우 발병률의 급속한 증가와 함께 생존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5년 이상 생존율은 약 83%(1996~2000년)에서 92%(2011~2015년)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사망/발병비도 한국은 가장 양호한 수치를 보이는 국가로 조사됐다.
서구에 비해 진단 연령도 약 10년 가량 젊다. 국내 유방암 진단 연령 중앙값은 50세, 미국의 경우 62세다.
국내 유방암진단 환자 중 84% 이상이 진단 당시 경제활동인구에 해당하는 65세 미만이지만 일자리 복귀율은 58%로 북미 및 유럽 내 7개국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았다.
이러한 이유로 국내 유방암 생존자의 경력 단절 등에 따른 생산성 손실이 최근 15년간 약 7배 상승해 약 6420억원 규모(2014년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GDP 기준 손실 비중도 1999년 0.02%에서 2014년 0.04%로 증가해 향후 한국의 유방암 발생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광범위한 사회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흡한 법률적 보호장치 뒷받침 지원 방안 필요"
전세계적으로 유방암 생존자의 치료 후 일자리 복귀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일자리 복귀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의학적 치료 방법 ▲직장 내 대인관계 ▲정부 정책 ▲암 생존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하는 국제적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유방암 생존자 역시 일자리 복귀에서 다양한 사회적 장벽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암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미흡한 법률적 보호장치 등이 한국 유방암 생존자가 겪는 주요한 사회적 난관으로 분석됐다.
지난 2017년 5월 국립암센터가 일반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암이 있는 직원은 동료를 배려하여 사내 행사에 참석하지 말아야 한다(54%)’, ‘기업은 직무경험이 있는 암환자보다 건강한 신규 노동력을 고용해야 한다(52%)’ 등 부정적 응답이 높았다.
또한 한국의 암 생존자 사회 복귀에 대한 법률적 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법상 개인의 신체적 상태 또는 병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사유로 암이 발병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병가를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직원이 질병으로 인해 업무를 충분히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정당한 해고 사유에 해당해 보다 개선된 법률적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의 자문을 맡은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장 박연희 교수는 “재취업은 회복에 의학적으로 도움을 주며 발암 인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장 조주희 교수도 “부정적 인식과 잘못된 정보가 상호 연관되어 발생하는 어려움이 암 생존자 사회복귀의 더욱 큰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유방암 생존자 고용 지원 확대 노력 ‘긍정적’
그동안 미온했던 한국의 암 생존자 지원 정책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2010년 국립암센터의 생존자 통합지원사업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제3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 (NCCP)을 수립해 암 생존자를 위한 서비스를 우선순위에 두는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 중이다.
조주희 교수는 “암 생존자에 대한 대책에서 아직 고용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뤄지고 있지 않지만 암 생존자의 일자리 복귀를 돕는 요인에 대한 다양한 연구에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일련의 정책에 대해 고무적으로 평가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의학부 이지선 이사는 “이번 보고서가 유방암 생존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향후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내서도 유방암 환자들이 치료 이후 겪는 사회 복귀의 장벽을 이해하는 분위기가 점차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발병 연령이 젊고 생존율이 높은 한국 유방암 환자들이 사회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복귀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