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신약 접근성 향상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해 도입된 위험분담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 보험등재 기간 단축 및 재계약 시 대체약물이 없는 경우 경제성 평가를 생략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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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중앙대 약대 교수[사진 左]는 지난 16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과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고가신약 위험분담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제안했다.
위험분담제도는 기존 보험제도의 한계로 고가 면역항암제 및 표적항암제로 치료 받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선별적으로 급여를 적용해주는 제도다. 2013년 12월부터 시작됐으며, 대체 치료법이 없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의약품이 없는 혁신 신약에 한해 적용된다.
서동철 교수는 "2018년 1월 기준 위험분험분담계약을 체결한 약제는 총 26개이며, 총액제한제와 환급형 등 재정 기반의 계약 유형이 주를 이룬다"며 "이 제도로 인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순기능이 보고되지만, 운영상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선, 고가 신약의 등재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으로 등재 기간이 지적됐다. 위험분담계약 체결 약제가 다른 신약과 마찬가지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거쳐 급여로 등재되기 때문이다.
김봉석 대한종양내과학회 보험이사는 "위험분담제 도입 후 급여된 품목 16건은 평균 999일, 같은 기간 적용이 안 된 품목 16건은 평균 799일로 조사됐다"며 “허가에서 급여까지 2년이 걸리는 비급여 기간이 치료에서 시급을 다투는 암 환자들에게는 너무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교수도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강화하려고 제도를 만들었지만, 성과평가 및 행정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며 “일반약처럼 심평원에서 경제성평가 심사를 받고, 공단에서 약가를 협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니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재계약 관련 문제점도 도마위에 올랐다. 재계약에 실패할 경우 비급여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고, 4년 후 재평가 때 대체가능 약제가 있거나 경제성평가 결과를 새로 제출해야 하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김성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전무는 “일반 신약은 경제성평가를 한 번 하면 끝인데, 위험분담계약 약제는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니 제약업계가 느끼는 부담감이 크다”며 “게다가 계약을 체결할 때와 재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기에 외부 및 정책 환경 변화가 클 텐데 이런 격차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도 “가장 먼저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한 직결장암치료제 '얼비룩스',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 등이 이제 재계약을 해야 하는 시기”라며 “심평원은 “경제성 평가에 부담을 느끼지 말라”고 전했지만, 제약업계가 느끼는 부담은 상당히 높아 주체간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 학계와 산업계
, 시민단체들은 보험 등재 논의 과정 통합
, 경제성 평가 생략 등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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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험 등재 기간 단축을 위해서 심평원과 공단으로 나뉘어 있는 협상 과정을 통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현재 제약사들이 면역항암제 급여를 받으려면 심평원에 가서 평가를 받고 공단에 가서 가격을 논의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다”며 “등재 대상 약물이 많지 않으니 심평원과 공단 관계자가 함께 논의의 테이블에 나오는 것을 제안해본다”고 말했다.
김봉석 보험이사도 “위험분담제 약제의 경우 심평원과 공단이 함께 논의를 하는 방식으로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지금의 이원적인 구조는 이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체 약물이 없거나 경제성 입증이 어렵지만 혁신적인 치료제인 경우 재계약 시 경제성 평가 없이 위험분담제를 적용하는 대안도 나왔다.
복지부 "제안 내용 수용 어려워" 난색 표명
서동철 교수는 “대체 약제가 없는 경우 경제성평가 없이 위험분담제도를 적용해야 한다”며 “혁신적인 치료제이지만 비교 약제의 가격이 너무 낮아 경제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종혁 보건행정학회 교수는 “경제성평가를 다시 하는 것보단 일단 급여가 적용되면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심사, 가격 협상까지 똑같이 다 진행하는데, 등재 이후 사후 관리를 다르게 하면 불만이 생길 수 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사뭇 달랐다. 등재기간이 길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협상 절차를 간소화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재계약 시 경제성평가 생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곽영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등재기간은 확인이 필요한 것 같다
. 그 정도로 걸리지 않는다
"며
"그리고 신약 등재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식약처 허가가 난 뒤 제약사들이 보험 등재 신청을 바로 하지 않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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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사실 약가와 유형 선택은 모두 제약사 결정에 의해 이뤄지는데 보험당국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심평원과 공단으로 나뉜 절차를 통합 진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곽 과장은 "일각에선 위험분담제가 의약품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며 "형평성과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제시된 대안들이 얼마나 실현가능한지 알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