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연수받는 외국의사에게 제한적 진료행위를 허가하려던 보건복지부 계획이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세부규정에서 대폭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제2임상강의실에서 ‘외국의사ㆍ치과의사의 국내 연수 중 제한적 의료행위 승인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사진]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남후희 사무관이 고시 내용과 취지ㆍ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대한의사협회 이혜연 학술이사, 인하대병원 박금수 진료부원장, 서울대병원 위암센터 양한광 센터장, 서울아산병원 홍준표 기획조정실장, 연세대 의료윤리법학과 김소윤 교수와 대한치과협회 김철환 학술이사, 녹색소비자연대 조윤미 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후진국 의료인에게 선진의료기술을 보다 효율적으로 전수하려는 복지부 의도에는 동의하지만 고시안을 시행할 경우 얻는 것보다 부작용이 더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수 주관기관에 대해 비판 목소리가 높았다. 양한광 센터장은 “지금까지는 한국국제협력재단 등이 연수주관기관 역할을 맡았지만 고시가 시행된다면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관 등이 자격을 얻게 될 수 있다”며 “후진국 의료를 도와준다는 선의가 퇴색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소윤 교수는 “연수주관기관 정체가 불분명하다. 아무나 데려와서 아무 의료기관에나 나눠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연 학술이사도 동의했다. 그는 “양한광 교수 생각에 동의한다”며 “법이란 잘 지키는 99%가 아니라 지키지 않는 1%에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금수 진료부원장은 “연수 주관기관을 영리단체가 맡아서는 안된다. 이게 가장 큰 걱정이다. 법안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외국의사가 직접 수련을 받는 연수의료기관 규정도 비판 대상이 됐다. 병원급을 기본으로 하되 의원급에서도 심사를 거쳐 허용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의원급 비중이 높은 치과의사협회 김철환 학술이사는 “의원급에서 외국의사 수련을 맡게 된다면 연수를 취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의원급도 적용 가능하다는 조항을 삭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홍준표 기획조정실장도 “미국 경우 각 주정부에서 병원이 외국의사 진료행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진다는 조건으로 연수를 허가한다”며 “모든 병원에 외국의사 연수 자격을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의원급 연수기관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외에도 외국의사 의료행위가 가능해진다면 국내 전공의 전문의 교육기회가 줄어들 것. 연수시간이 지나치게 길어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매시간 기록으로 막대한 행정업무 증가,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비판 등이 이어졌다.
복지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방안"이라며 "의료계 반발이 심하다면 강행할 뜻은 없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 메디컬코리아 TF 정진이 팀장은 “지적한 부분 중 의원급 의료기관을 연수기관 대상에서 제외하고 1년인 연수기간을 줄이는 것 등은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