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지난해 ‘4차산업혁명’ 이슈로 뜨거웠던 의료산업계가 올해는 본격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비롯해 당국에서 의료기술 발전을 위한 투자 강화 및 규제 완화 등 각종 정책 변화를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의료기기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체외진단용 의료기기 신의료기술 평가를 시장 진입 이후로 유예하는 '선진입 후평가' 시범사업이다.
사람으로부터 유래하는 검체 검사를 위해 사용되는 체외진단검사 분야 제품의 신의료기술평가를 사전평가에서 사후평가로 전환하고, 체외진단기기 시장진입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390일에서 8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할 예정이다.
현재는 체외진단기기에 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일부 혁신의료기기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후적 평가 방식이 자칫 환자에게 위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측은 “선진입 후평가 방식은 신의료기술평가 면제가 아닌 유예로, 진입 후에도 충분한 모니터링이 이뤄지며 결과에 따라 급여 재평가 및 퇴출 등 안전장치를 충분히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별도의 신의료기술평가 트랙 추진도 주목된다. 이는 문헌 근거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최신 의료기술에 대해 잠재적인 가치평가를 하는 별도 트랙을 마련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올 1월 신의료기술평가 규칙도 개정된다.
다만 여기에 해당되는 혁신의료기술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의료기술 ▲사회적 효용가치가 높은 의료기술 ▲환자 만족도 증진이 기대되는 의료기술 등으로 아직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으며 ‘가치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냐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희소의료기기보급 등 세부정책 변화
이밖에도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주요 정책안에 따르면 6월에는 희소·긴급도입 필요 의료기기 국가 주도 공급, 7월에는 의료기기 표준코드 부착 의무화 본격 시행·의료기기 첨부문서 인터넷 제공 등이 시행된다.
식약처는 루게릭병 환자 등 희귀질환자 등에게 사용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허가되지 않았거나 공급이 어려운 의료기기를 국가 주도로 공급해 희귀·난치성 환자 등에게 적절한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타 부처에서도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이 추진된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데이터 기반의 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상반기부터 의료 연구용 데이터 수집·공유·활용 촉진 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의료 정보 활용 기준을 명확히 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및 블록체인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지난해 대비 50% 이상 증액된 7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혁신신약 파이프라인 발굴 및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에도 착수한다.
또한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던 의료기기산업 육성 및 혁신의료기기 지원 관련 법률안 제정 행보도 주목된다.
해당 법안은 연구개발 투자에 적극적인 기업을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으로 인증, 지원함으로써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의료기기 산업 육성을 도모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현재 관련 단독법이 없는 상황에서 의료기기업계에서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규제완화에 따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에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반론에 따라 법안소위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내부에서는 ▲혁신의료기기군 지정 필요성 ▲혁신의료기기 기업 인증 기준 ▲법 제정에 따라 지원을 받게 될 기업 및 기기의 유형 등 법률안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높게 형성돼 있어 올해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