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의료기기 결함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지난 10년간 8만3천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블룸버그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세계 36개국 59개 언론사가 참여한 가운데 1년에 걸쳐 의료기기 업계를 취재한 결과를 분석해 이날 공개했다.
ICIJ는 의료기기 제조업자·의사 등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2008년 이래 고장·부식 등 결함이 있는 의료기기와 관련된 부상자는 170만명이 넘고, 사망자는 거의 8만3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의료기기 제거 수술이 언급된 사례도 50만건에 달했다.
이러한 피해를 초래한 기기에는 심장박동조율기, 인공 피임기구, 가슴 보형물 등이 포함돼 있었다.
ICIJ는 보건당국의 불충분한 규제와 느슨한 시험 규정, 투명성 부족 등을 이 같은 문제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ICIJ는 일부 의료기기는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판매 승인을 받았으며, 결함 있는 제품도 충분히 신속하게 병원에서 회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 시장에서 회수된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는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ICIJ는 의료기기 제조업자들은 부패·사기를 비롯한 위법 혐의를 해결하는데 미국과 다른 국가들에서 2008년 이래 최소 160억 달러(약 18조원)를 썼다고 추산했다.
영국왕립외과대학 학장인 올더슨 데릭 교수는 "과감한 규제 변화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의료기기 결함과 관련된 사고는 이미 충분히 있었다"고 지적했다.
데릭 교수는 "약물과는 달리 많은 새로운 의료기기가 임상시험 데이터 없이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환자의 안전과 대중의 신뢰에 위험이 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