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창립 이래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 기여한 의료기기 대표단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내부 반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중점 추진사업에 회원사들 간 의견이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년 임기 중 2년이 지난 유철욱 회장이 이를 임기 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아 뒷말이 무성하다.
18일 의료기기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2023년 추진사업에 협회 명칭 변경, 이사장제 도입 및 정치인 협회장 영입, 유통내역보고현황 사업화 등의 계획안을 제시했다.
명칭 변경을 통해 협회가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등을 흡수 통합해 규모를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사장제 도입과 정치인 협회장 영입으로 대정부 정치력을 높이는 로비단체 역할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사업화를 발표한 유통내역보고는 제약처럼 병원 및 거래처별 판매수량과 단가 등을 보고하는 유통 투명화를 위한 제도다. 의료기기업계 어려움으로 1년 연장, 오는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식약처의 관리를 받은 법인이다. 운영비 대부분을 EDI라는 표준통관업무대행으로 수익을 발생시켜 식약처 산하 단체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해편 수준의 조직 변경은 정관변경 등과 연관돼 식약처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고는 추진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DI 수수료는 준조세성격으로 식약처에 의해 강제된다. 하지만 사용 목적과 징수대상 등의 법적 논리가 부족하고 운영비에 비해 과다하게 책정돼 업계의 잦은 민원을 빚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진사안이 협회의 재정적 독립을 위한 개편이라는 시각이 크다.
하지만 협회가 로비단체 변모나 정치인을 협회장으로 모시기 위해 실정법상 여러 제약이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불분명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력 인사를 영입할만한 금전적 여력도 없다.
이와 관련, 한 협회 이사는 “협회 대관업무는 식약처 퇴직 고위공무원이 오는 자리라는 성격이 강하다. 식약처 승인을 통한 정관 변경으로 이사장제 도입 및 정치인 영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선 다수 이사로부터 해당 사업 추진에 대해 질의가 있었지만 추후 의견을 내는 것으로 별다른 해명 없이 마무리 됐다. 이어 추가 해명은 나오지는 않는 상태다.
유철욱 회장은 의약품판매대행사(CSO) 출신으로 2년전 취임 당시 협회 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대표이사직을 물러났다. 당시 의약품판매대행사 관련 협회를 추진하다 좌절돼 의료기기협회장에 나섰고 현 수석부회장인 김영민 대표 양보로 당선됐다.
다른 협회 이사는 “기존 단체가 해체되고 새로운 협회 설립 수준의 사업 추진이지만 대부분 회원사들은 아직까지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 발표된 올해 추진사업들 의도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명칭 변경은 현재 검토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이사장제 도입이나 정치인의 협회장 영입, 유통내역보고현황 사업화 등은 추후 논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