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제 40대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된 최대집 당선인의 행보가 연일 관심을 끌고 있다. 최 당선인은 지난 3월23일 의협회장에 당선된 직후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예비급여 고시 철회 없다면 투쟁할 것”이라고 밝힌 뒤 강경 일변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문케어에 대한 투쟁과 협상 전권을 갖고 있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최 당선인에게 투쟁과 협상에 대한 권한을 위임했고 곧바로 비대위와 보건복지부와의 문케어 실무협의체가 파행됐다. 비대위 이동욱 사무총장은 “앞으로 3년 간 협상은 없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최 당선인의 공세도 계속됐다. 최 당선인은 상복부 초음파 급여화 고시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천명하면서, 예비급여 제도 강행 시 4월 중 집단행동도 고려하겠다고 예고했다. 비대위와의 논의를 거쳐야겠지만 2차 전국의사궐기대회는 물론 집단휴진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를 향한 정부와 정치권의 시선이 곱지 않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은 “집단휴진은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그 여파가 크다. 쉽게 나올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최대집 당선인이 4월 중 휴진을 포함한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타 직역 단체들도 의협 행보에 상당히 비판적이다. 실제로 대한한의사협회는 문케어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 “의료파업은 국민을 볼모로한 인질극”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고,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의료계의 강경 행동에 유감을 표했다. 여기에 국민들은 의협 새 수장의 극우주의적 정치성향 문제를 지적하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지가 없는 강경 일변도의 대정부 투쟁은 '반(反) 의료계' 정서를 확대시켜 자칫 의협 패싱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계 타 직역은 물론 정치권과 시민사회까지 돌아선 상황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사항에 끌려 다닐 필요가 없이 오히려 의협을 제외한 채 타 직역들과만 개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손영래 과장은 “문케어에는 의료계 협력이 필요하지만 상급병실 급여화는 병원계, 노인 임플란트 본인부담 조정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관련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비록 비급여 3600개를 급여화하는 데에는 의협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한시적이나마 의협 '패싱(Passing)'이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복지부는 6일까지 비대위에 논의 대상 학회와 의사회 명단 요청을 요구했다. 이날까지 비대위가 명단을 정부에 제출하지 않으면 복지부는 개별 학회와 의사회에 접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문재인케어에 대한 투쟁과 협상 전권을 쥐고 있는 의협 비대위를 패싱하고 개별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손영래 과장은 “상위기구 의정협상이 결렬됐어도 이 것만은 차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금요일 데드라인은 지켜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최 당선인은 "다음 주에 대한의학회와 대한개원의협의회 산하 개원의사회에 문재케어와 관련된 사안은 40대 의협 집행부를 통해 복지부와 협상토록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라며 "의협 패싱이라는 말이 어디서 처음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부가 그러한 말을 쓰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 당선인이 40대 의협회장에 당선된 것은 분명 의사들의 투쟁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문재인케어를 저지하는 것을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의료계는 ‘모 아니면 도’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앞서 최 당선인은 의협회장 선거운동을 하며 “투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협상을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집단휴진 언급이 차후의 협상을 위한 카드일 수 있음이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집단휴진 언급으로 오히려 '반(反) 의료계' 정서만 악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반 의료계 정서가 의협 패싱으로 이어진다면 의협의 투쟁은 소득 없이 상처만 남을 가능성이 높다. 최대집 당선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을 듯 하지만 어쨌든 그는 강공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집 당선인의 행보가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