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지역통합돌봄 서비스의 근간인 1차의료 강화 및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 모니터링 정보로 개인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환자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의료기기와 해당 정보를 관리하는 기술은 이미 준비된 상황이며, 향후 관건은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적절한 지원 방안 및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의료로 실현하는 1차 의료 역량강화’ 토론회에서는 의료계 및 IT업계, 정부 관계자들이 이 같은 견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홍윤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현대 사회 핵심 질환인 알츠하이머, 우울증, 자가면역질환은 굉장히 많은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환자 개인별로 이를 파악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이어 “이런 사람 중심 의료는 스마트 의료기기를 이용한 개인별 건강정보 수집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대형병원이 아닌 지역사회 중심 의료서비스에 더욱 알맞다”면서 개인 모니터링 정보 활용과 지역사회 중심 1차 의료 발전 필요성을 역설했다.
환자 중심 의료, 스마트 의료기기를 활용한 환자 모니터링 정보, 이를 활용한 지역사회 1차의료 발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참석자 전원이 동의하는 양상이었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 인정하지만 공유 통한 공익적 활용 가능성 가치도 크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3개월에 한번 내원하는 당뇨병환자의 경우 장기간 관리 결과가 드러나는 당화혈색소는 엉망이고 내원 전(前) 며칠동안 관리 가능한 당일 공복혈당만 정상인 결과가 나오곤 한다”며 상시 모니터링 정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어 “일기장, 수첩이 아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스마트 의료기기를 사용한 모니터링 정보 활용 사례가 많은 부분에서 일상화되고 있음을 전했다.
환자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도 정보 공유로 기대할 수 있는 공익 효과가 강조됐다.
강재헌 교수는 “핀란드 노키아의 경우 환자가 종이 처방전, 의뢰서, 진료내역 등을 들고 내원하는 경우가 없다. 전자 플랫폼으로 미리 정보가 해당 병원에 도착해있기 때문”이라며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현지 관계자는 ‘플랫폼 운영으로 얻는 공익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암생존자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IT회사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의 배윤정 대표도 “개인정보 민감론은 실제 환자들 사이에서 그리 높지 않다. 허락없이 정보가 사용하는 것을 경계할 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주치의가 자신의 정보를 보는 것에 대해서도 환자들은 크게 염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엔드유저들은 무엇을 원할까 하는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뤄야 할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초래되는 진료 대기와 부족한 진료시간 및 지원인력에 대해서는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은평구 살림의료복지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마을주치의’를 실현 중인 추혜인 살림의원 원장은 “1차 의료 만성질환시범사업에서는 1개 기관당 300명을 관리하라고 권고하지만 실제로는 150명을 케어하는데 그치는 상황이다. 이유는 데이터 모니터링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디네이터, 간호사 등에 정보관리 및 오류수정 등을 맡기고 있는데도 이러한 상황이다. 기술과 주치의 단 둘만 만났을 때는 더욱 도움을 못 받는다고 느낄 것”이라며 “관련 인력에 대한 수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 개인정보 관리, 의료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지역사회돌봄서비스 구축 등을 위해서는 정부 및 지자체 의견이 결국 핵심이라는 결론이다.
정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개인정보활용에 대해서는 염려를 표했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현재 규제샌드박스 신청에서도 대부분의 건의사항이 정보 활용에 대한 특례허용 요청이다. 현장에서는 정보가 악용될 소지를 어떻게 걸러낼 것인지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사도 일차의료가 나아갈 방향성을 정의하는 모델이 부재한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개인별 지속적, 포괄적 의료 제공 등 이상적인 일차의료 정의에 입각한 좋은 모델이 될 만한 센터를 한 생활권 안에 1~2개씩은 갖추고 점차 넓혀나갈 것을 권장한다. 이런 식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뜬구름 잡는 얘기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