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 대해 일부 보건의료협회들이 회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발표했다고 반발하면서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간호사 상당수가 회원으로 속한 보건의료노조는 일찍이 간호법에 찬성하며 적극적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대한간호조무사협회와 대한방사선사협회 등이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노조는 지난 5월 12일 국제 간호사의 날을 맞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간호사협회와 함께 '간호법 제정' 촉구를 위한 집회를 공동으로 개최한 바 있다.
이날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수년째 계속된 문제이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 해 방치 중"이라며 "간호사 양성과 체계적인 배치를 위한 간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법이 조속히 제정되지 않는다면 보건의료노조는 간협과 연대해서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에는 간호사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병원에 종사하는 여러 직종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있다.
국내 보건의료계 최대 노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은 약 8만명에 육박하고,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63.4%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 ▲간호조무사 5.7% ▲임상병리사 5.3% ▲방사선사 4.8% ▲사무행정원무 4% ▲물리치료사 2.1% ▲조리 1.7% 등이다.
간호사 회원이 과반수를 차지할 뿐 아니라 나순자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과 송금희 사무처장, 박민숙 부위원장 등이 집행부 인원 상당수가 간호사 출신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이들의 목소리가 크다는 평가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보건의료노조 회원의 60% 이상이 간호사다 보니 아무래도 이들의 힘이 강력하다”며 "보건노조는 찬성 입장 표명까지 내부적으로 어떻게 논의했는지 모르지만 간호조무사협회에 의견을 요청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이와 관련해서 최근 각 병원 간호조무사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수렴에 나섰다.
간무협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나온 회원 의견을 취합해 빠른 시일 내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면담을 추진할 생각”이라며 “보건노조가 끝까지 강경하게 간호법 제정 입장을 고수하면 파업 등 여러 대응 방안을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방사선사협회 역시 같은 입장이다.
대한방사선사협회 박현미 사무국장은 “간호법안을 제정해 간호사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하지만 현 간호법 업무범위 등을 살펴보면 여러 문제점이 있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건의료노조가 따로 협회에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찬성 입장을 발표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추후 협회 의견을 전달하고 만일 노조가 계속해서 입장을 고수한다면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하는 연대 모임에서 총파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