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은 과거 중흥기에 얻은 이익과 자산을 병원에 재투자하지 않고 형제 병원 건립을 위해 사용됐다.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이러한 법인의 경영 전략에 기인한다.”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회장 조영규)는 12일 서울백병원 하연관 9층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히며 “서울백병원 위기는 인제의료법인 자체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조영구 협의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T는 폐원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고 결정했지만 교직원들은 6월 2일 병원장에게 메일 한 통을 전달받는 것이 전부였다”며 “이사회에서 병원 유지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이어 “폐원 철회를 위해 병원장이 무슨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인지, 교직원들이 협력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메일을 받은 교직원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혹여 말이 새어 나가면 환자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속으로만 끙끙ㄹ앓았다”고 덧붙였다.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5일 서울백병원 폐원 기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교직원들은 수백 통의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있으며 과거 진료기록 차트를 복사해 가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 검진 예약 취소 또한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교수협의회는 지난 8일 병원 폐원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5개 백병원 직원노조 역시 서울백병원 주차장에 모여 폐원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백병원, 중흥기 이익을 병원 재투자 하지 않고 형제병원 건립에 사용”
조영구 교수협의회장은 서울백병원 경영 적자는 교직원이 아닌 법인 경영 전략에 기인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서울백병원은 과거 중흥기에 얻은 이익과 자산을 병원에 재투자하지 않고 형제병원 건립과 법인 운영을 위해 사용됐다”며 “서울백병원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다른 형제 병원을 건립하기로 한 법인의 경영 전략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태 병원인 서울백병원이 없었으면 다른 형제병원들도 없었을 것”이라며 “왜 서울백병원 교직원들에게만 책임을 묻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서울백병원은 그동안 병원 운영 정상화를 위해 레지던트 수련병원 및 지역 응급의료센터를 포기하고, 대규모 인력감축 등을 진행했다.
병원이 폐원을 고려하고 있는 작금의 시점에서 백병원 형제병원들에 서울백병원 교수 중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뽑아 가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조영구 협의회장은 “병원에서는 당연히 경영에 도움이 되는 교수를 원한다”며 “뇌를 보는 신경외과 교수 3명과 심장내과 교수 2명은 형제 병원에서 모두 데리고 가 서울백병원은 그 자리를 메울 계약직 진료 교수를 비싼 돈으로 모셔 와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교수 숫자는 줄었는데 비싼 급여를 받는 교수진이 늘어나 인건비 감소 폭은 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백병원 위기=법인 위기…적극적 타개책 강구해야”
교수협의회는 병원이 폐원하더라도 교직원은 100% 형제 병원으로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병원 입장 역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은 “지난 4월 의료이익을 보면 서울백병원은 10억 적자, 상계백병원은 17억 적자, 일산백병원은 10억 적자로 비슷한 상황”이라며 “결국 여유가 있는 곳은 부산 지역인데 생활권이 다른 부산 지역으로의 전환배치를 서울백병원 교직원 중 과연 몇 명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교수협의회는 서울백병원 위기를 법인 위기로 보고 법인이 적극적으로 나서 타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영구 회장은 “지금 각개 병원 적자가 늘고 있는데 5개 백병원 특성을 살려 회생시키고 발전시킬 전략과 대책이 법인에 있는지 묻고 싶다”며 “병원에 적자가 발생하면 교직원에게 책임을 돌리고 인력감축을 요구하는 것만이 법인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수회는 폐원안을 이사회에 상정하겠다는 TFT 결정을 취하하고 병원 회생과 발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서 교직원과 대화할 것을 법인에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일 오는 6월 20일 이사회를 통해 폐원이 결정되면 일반노조와 협력해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일반노조는 단체행동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교수협의회 역시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비장한 심경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