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처방 없이 쓸 수 있는 다수의 국소용 스킨케어 제품에도 비슷한 유형의 피부 발진을 유발하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하지만 이런 화합물이 어떻게 알레르기 반응을 촉발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피부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계의 T세포가 화학 성분을 외부 침입자로 간주할 때 나타난다. 그런데 T세포는 이런 저분자 화합물의 존재를 곧바로 알아채지 못한다. T세포에는 이런 화합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T세포가 이런 화합물을 탐지하려면, 분자량이 더 큰 고분자 단백질과의 화학 반응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작용이 벌어지는 메커니즘을 미국 컬럼비아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이 발견은 잘 낫지 않는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논문은 3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실렸고,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 센터는 논문 개요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컬럼비아대 의대의 안네미케 데용 피부과 조교수는 "스킨케어 제품에 들어 있는 다수의 저분자 화합물이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지만, 이런 화합물은 고분자 단백질과의 화학반응에 필요한 '화학 그룹(chemical groups)'이 부족하다"라면서 "따라서 이런 화합물은 T세포에 보이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표피 면역세포인 랑게르한스 세포(Langerhans cells)에 많이 존재하는 CD1a가 이런 화학반응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배양된 인간의 피부 조직 실험에서,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화학물질이 랑게르한스 세포의 표면에서 CD1a와 결합해 T세포를 활성화한다는 걸 발견했다.
이 중에는 피부 크림, 치약, 방향제 등에 많이 쓰이는 페루 발삼(Balsam of Peru)과 파르네솔 등도 포함됐는데, T세포에 포착되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안식향산 벤질(benzyl benzoate) 등 10여 종의 저분자 화합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데용 교수는 "이런 화학물질이 어떻게 T세포를 활성화하는지는 확인했지만, 알레르기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작용을 할지 단정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라면서 "알레르기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억제 방법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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