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의약품 유통업체들의 부도 소식이 이어지며 유통업계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중소병원 경영악화 뿐 아니라 제약사 CSO 영업, 유통업체 수 증가 등이 원인이다. 업계는 향후 중소 업체들을 중심으로 부도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경기 북부 소재 한 의약품유통기업이 경영 악화로 부도 처리됐다. 해당 기업은 경기도 포천 소재 병원과 거래했지만 최근 병원과 거래가 중단됐다. 현재 관련기업들의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4월에는 광주 소재 중견 S기업이 부도처리됐다. 병원 거래가 주력이었던 이른바 ‘에치칼’ 업체였는데, 현금 유동성 문제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경인지역 소재 S기업이 폐업했다. 약국 시장서 밀려나며 경영난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년 1월에는 서울 소재 에치칼 E기업도 당좌거래가 중단됐다. 산재의료원·보훈병원 등과 거래하던 알짜배기 기업이었지만 최근 5년 간 거래 품목 수가 줄어들면서 부도를 면치 못했다.
중소병원 경영난·제약사 CSO 영업전환→유통업체 경영악화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 의약품유통업체 부도는 흔한 일이지만, 최근 중소병원들 경영 악화가 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업체들이 병원으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이 CSO로 영업을 활발히 전환하는 것도 원인이다. 제약사들 또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매출 규모를 늘리고자 CSO로 영업을 전환하거나 기존 CSO 영업을 강화했다. 때문에 유통업체들 입장에서는 취급 품목이 줄고 입지가 좁아졌다.
유통업체가 많아진 점도 위기를 불렀다는 관측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병원에 무리한 입찰경쟁을 해 경영난을 겪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던 강소 Y기업은 상급종합병원 입찰에 성공했지만 연이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지난 2017년 부도처리됐다”고 전했다.
이어 “경영난 해소를 위해 매출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해서 입찰했던 업체들이 다시 경영난을 겪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도를 예상하는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직거래 시 발생하는 현금거래·담보 등의 부담을 완화하고 중소업체 간 상생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도도매 거래 형태도 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 유통업체 부도가 도도매 거래를 하는 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의약품유통협회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회 관계자는 “침체된 경기 뿐 아니라 코로나19·경쟁업체 포화 등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기 때문에 향후 중소업체들의 연이은 부도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설상가상’ 내년 백신 등 생물학적제제 유통 관리 강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제제 등 제조·판매관리 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 관리가 강화된다.
해당 제제의 보관·수송 과정에서 냉동·냉장설비·자동온도기록장치·수송용기 등을 마련치 않으면 업무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약국에 생물학적 제제를 납품할 때 현행 기준 2~6%의 유통 마진을 남기는데, 이번 개정으로 인해 유통 비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유통협회 부울경 지회 관계자는 “중소 유통업체는 생물학적 제제를 다루는 비중이 낮긴 하다”면서도 “해당 제제 관리 강화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수송용기·냉동차량을 새로 사고 있지만, 고정 비용이 높아지게 되니 대부분의 중소업체들은 아예 생물학적 제제를 다루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