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30일 제40대 대한약사회장 및 지부장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다. 오는 12월 9일 치러지는 해당 선거에 도전하는 각 예비후보들의 주 공약은 당연히 약계 현안 해결이다.
이들은 주요 현안으로 한약사 문제, 비대면 처방·원격조제 및 약 배달 근절을 주장하면서 성분명 처방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들이 당선될 경우 향후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 및 의료계와 일부 마찰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약사회장 출마를 선언한 김종환 전 약사회부회장(전 서울시약사회장)은 현 약사회 집행부를 향해 날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회원들 민생과 관련된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그가 주장하는 현안 중 하나는 성분명 처방이다.
김종환 후보는 “당선되면 약사들의 권익·직능을 위협해온 핵심 현안인 성분명 처방 건을 추진하겠다”며 “의약분업 이후 회장에 출마했던 모든 후보들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상품명 처방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병원 주변에 약국이 밀집해 있어 일찍 문을 닫는 약국이 늘었다”며 “이는 약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고 성분명 처방은 단순히 약사와 의사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협상이 아닌 투쟁을 해야만 약사 직능과 사회적 위상의 추락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회장직 출사표를 던진 또 다른 예비후보는 최광훈 약사미래정책연구소장(전 약사회 부회장, 전 경기도약사회장)이다. 최 후보는 앞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원격조제, 약 배달 등에 대해 “즉각 폐기해야 한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지난 27일 정부는 “비대면 진료 등의 한시 허용을 추후 확대하자는 내용의 규제챌린지 관련 건의를 검토한 결과, 이를 전면 보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 약사는 이에 적극 환영 의사를 표했다. 여기까지는 의료계와 결을 같이 하는 의견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약사회에 “의료계 반대로 무마된 의약품 국제표준명(INN) 도입에 사활을 걸라”고 주문했다. INN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의약품의 성분·물질을 구분키 위해 부여하며, 제네릭의약품 상품명을 ‘제조사, 성분명’으로 단일화하는 제도다.
지난 2019년 식약처는 나라장터에 INN 도입 마련을 위한 연구를 고시했지만, 이는 의료계에서 성분명 처방 논란으로 번졌고 이에 연구용역은 결국 취소됐다. 최 약사는 “현실적으로 국민 및 상대 단체와 합의가 되기까지 INN을 성분명 처방을 보완할 완충적 제도로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은 재선에 도전한다. 그간 정부의 비대면 진료 규제챌린지 추진에 반발해 1인 시위 등을 해왔던 그는 지난 28일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성분명 처방과 관련해 INN 도입을 추진하고, 약사들의 대체조제가 가능토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14일 경기도약사회장직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한동원 성남시약사회장도 성분명 처방을 언급했다. 그는 “약계 현안인 성분명 처방, 비대면 진료·약배달 등 시급한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성분명 처방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충분한 검토 뒤 현행 상품명 처방과 병행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서울시약사회장에 출마를 선언한 최두주 전 약사회 정책실장은 “국민이 더 나은 보건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성분명 처방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은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상품명 처방 방식은 20여년 간 충분히 검토됐고 문제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약분업제도의 성숙을 위해서라도 성분명 처방은 병행 방식으로라도 시범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필요 충분한 이유가 있다”며 “수시로 바뀌는 처방품목을 준비하다 보면 불용 재고가 쌓이지 않는 약국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