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행정처분으로 요양기관이 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상실될 경우, 청구자가 보건소의 늦은 통보 등으로 처분 날짜를 제대로 알지 못하더라도 상실 시점에는 변함이 없다는 판결이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요양급여비용 지급 거부처분 취소 관련 판결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판결은, 약국개설등록 취소 처분을 받은 약사들이 보건소 통보가 늦었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이를 들어주지 않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승소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약사 A, B씨는 지난 2017년부터 각각 약국을 개설해 운영해왔는데, 이들 두 곳이 모두 의료기관 부지 내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지난해 대법원은 약사법 위반에 따른 약국개설등록 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으며 이후 해당 관할 보건소장이 약국개설등록증을 반납하라는 통보를 했다.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 시점과 보건소의 통보 시점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해 1월 16일에 결정됐는데 보건소의 통보는 같은 달 28일에 이뤄졌다. 이에 A씨와 B씨는 본인들이 보건소 통보로 처분 취소를 알게 된 시점인 28일 이전까지 약국을 운영하면서 발생한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
그러나 심평원이 이를 지급 거부하면서 행정 소송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원고 A씨와 B씨는 심평원이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대법원 판결 시점 이후에 진료행위를 했는데 거기에 대한 행정처분이 없었기 때문에 지급 청구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취소 판결이 있었더라도 통보 전까지 약국 운영에 대한 급여는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을 담당한 춘천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처분 당시 당사자가 어떤 근거와 이유로 처분이 이뤄진 것인지를 알 수 있고, 불복해 행정구제절차로 나가는 데도 지장이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는 처분의 근거와 이유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도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이 사건 취소 판결로 인해 약국 개설 등록 처분은 처분 시점에 소급해 취소된다. 그러나 피고(심평원)는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지는 않았다”며 “아직 지급하지 않은 요양급여비용 중 취소판결이 확정된 시점 이후 발생한 지급만을 거부한 것이므로 재량권 일탈이나 남용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원고는 항소했지만, 해당 사건은 2심과 3심에서도 모두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은 “행정청이 등록증 반납 통지를 하거나, 원고가 반납한 것을 기준으로 해서 처분이 취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다.
대법원도 “상고인들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