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약국 개설 소송 희비···병원 '승(勝)' 대학 '패(敗)'
강남 B병원, 별관 개설 ‘적법’ vs 계명대학, 법인소유 건물 개설 ‘부당’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원내약국 개설을 둘러싸고 엇갈린 법원 판단이 나와 의료계 관심이 모인다.
서울 강남 소재 한 병원은 별관 원내약국 개설 소송에서 승소한 반면, 계명대학은 법인 소유 건물의 약국개설 허가 소송에서 패소했다.
전자의 경우 본관과 별관이 이어지지 않다는 점을 들어 법원은 병원 손을 들어줬다. 반면 계명대 동산병원에는 대학병원으로서 의약분업에 대한 책임감을 보다 강조했다.
9일 법조계 및 의약계에 따르면 법원은 최근 강남 소재 A병원 별관 내 약국개설에 대한 소송에서, 보건소의 개설 불허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관할 보건소는 A병원 별관 건물 1층에 대한 약국개설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본관과 별관은 독립된 건물이었지만, 별관 4층이 입원시설로 사용되는 등 의료기관 시설의 일부라 본 것이다.
이에 불복한 병원 측은 소송을 제기했다. 본관과 별관은 연결통로로도 이어지지 않아 분리된 건물로, 약사법에 저촉되지 않는 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별관과 본관이 분리된 점 ▲A병원 내원객 뿐만 아니라 인근 거주민도 이 약국을 이용하기 편하다는 점 ▲인근 병원의 처방전도 받기 용이한 위치란 점 등을 들며 병원 측 손을 들어줬다.
판결에 불복한 보건소 측은 현재 항소한 상태다.
이어 대구 달서구보건소와 학교법인 계명대학교는 최근 이 법인 소유 건물에 약국개설 허가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원고 측은 재판에서 계명대 동산병원과 해당 건물이 분리돼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기관과 분할돼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경우라도, 공간적 근접성과 담합 가능성에 비춰 개설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건물의 경우, 학교법인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뤄 보면 약국과 병원이 공간적·기능적 관점에서 독립된 장소에 위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상급종합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은 소규모 의료기관보다 의약분업 취지를 더욱 엄격히 따를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는 "병원 지위와 규모, 위치, 주변환경을 고려해 공간적·기능적 분리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