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생쥐에서 염증성 단백질 중 하나가 노화와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험 결과 이 단백질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면 늙은 쥐의 건강이 개선되고 수명이 20% 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듀크-싱가포르국립대 스튜어트 쿡 교수팀은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염증을 매개하는 신호 단백질 중 하나인 'IL-11'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약물로 억제하는 생쥐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생쥐에서 확인된 IL-11 억제의 건강 효과가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IL-11 억제가 섬유성 폐 질환 환자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초기 단계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염증 유발 단백질인 IL-6 계열의 염증·섬유화 촉진 물질인 IL-11은 그동안 연구에서 노화가 진행될 때 양이 증가하고, 건강·수명과 관련된 신호 경로(ERK, AMPK, mTORC1 등)에 작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나 생쥐의 노화와 건강수명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IL-11 신호가 노화가 진행 중인 생쥐의 건강과 수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다양한 유전학적 및 약리학적 접근법으로 이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생쥐에서 노화가 진행될수록 IL-11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IL-11 수치가 증가하면 노화와 관련된 신호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년기 생쥐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IL-11 유전자를 제거하자 신진대사 저하와 다양한 질병, 허약성 등 노화 징후가 예방됐으며, 암수 모두 수명이 평균 24.9%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체를 투여해 IL-11 작용을 차단한 암수 생쥐는 신진대사와 근육 기능이 개선되고 노화 및 허약 징후가 감소했다.
사람으로 치면 55세에 해당하는 75주된 생쥐에 항 IL-11 약물을 지속해서 투여하자 수컷은 수명이 22.4%, 암컷은 25% 늘어났으며, 노화 관련 암 발생률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종합하면 항 IL-11 치료가 노화가 진행 중인 동물의 건강을 개선하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 치료법이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는 현재 섬유 염증성 질환에 대한 초기 단계 임상 시험이 진행 중인 항 IL-11 치료법이 잠재적으로 사람의 수명과 건강수명도 연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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