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의 낙태 '원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26개 주(州)가 낙태를 거의 금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해당 주에 거주하는 직원들의 낙태권 보장을 기업들이 간접 지원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과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미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는 지난 1일자로 돌린 사내 메모에서 "합법적 낙태"를 포함한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집에서 먼 곳으로 여행할 필요가 있는 미국 내 직원들에게 관련 비용을 부담한다고 공지했다.
이러한 메모는 JP모건이 지난달 초 대법원의 결정 초안이 사전에 유출된 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의 한 대변인은 이날 "직원들의 건강과 웰빙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면서 "모든 혜택에 공평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도 자택에서 100마일(약 161㎞) 안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없는 직원들의 시술 관련 비용을 지원하기 위해 사내 보건정책을 업데이트한다고 이날 밝혔다.
월가 주요 은행 중에서는 맨 처음으로 씨티그룹이 지난 3월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직원들을 위해 여행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월트디즈니도 낙태를 포함해 의료서비스 접근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멀리 여행해야 하는 직원들의 비용을 보장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 월트디즈니월드 리조트에서만 8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공화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불법화하는 법안에 최근 서명했다.
특히 드샌티스 주지사는 최근 디즈니월드 리조트를 특별구에서 해제해 세제 혜택을 박탈한 바 있어 디즈니의 '원정 낙태' 비용 지원은 양측의 갈등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로이터는 분석했다.
이들 기업에 앞서 아마존은 지난달 2일 낙태를 포함한 의료 관련 여행 비용으로 최대 4천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직원들에게 공지했고, 애플도 소매 영업 직원들에게 낙태 시술과 여행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이날 성명을 내고 "직원들이 생식권에 관해 결정할 권리를 지지한다"며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는 비용을 보장하겠다고 재확인했다.
차량호출업체 리프트와 우버는 최근 여성의 낙태 시술을 돕는 운전기사에게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한 텍사스의 낙태 금지법을 강력 비판하며 피소된 소속 운전기사들 소송 비용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마스터카드, 스타벅스, 알래스카항공 등 다수 기업이 다른 주에서 낙태 시술을 받은 직원들의 여행 비용을 사후 변제하겠다는 계획을 속속 내놨다.
또한,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이날 미 대법원 결정에 대한 평화적인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되는 직원들을 위해 보석금을 지원하고, 원정 낙태에 필요한 여행 등 경비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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