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연구팀 '케타민, 자살생각 없앤다'
2022.02.09 18:27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프로포폴과 함께 수면마취제로 쓰이는 케타민이 단기적으로 자살 생각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케타민은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글루타메이트에 영향을 미치는 향정신성 약물로 주로 마취제로 쓰이지만, 저용량을 투여했을 때 지속적인 항우울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들이 적지 않아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되고 있다.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 모크란 아바르 교수 연구팀이 자살 생각 증상이 심해 입원한 성인 15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표준 치료(항우울제 투여, 심리치료, 가족과의 만남)를 진행하면서 한 그룹에는 케타민 0.5mg/kg을, 다른 그룹에는 위약(식염수)을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정맥주사(40분 소요)로 투여했다.

케타민 투여 후 3일 째 되는 날 시행한 자살생각 척도(SSI: scale for suicide ideation) 검사 결과 케타민 그룹은 63%, 위약 그룹은 32%가 자살 생각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6주 후에는 자살 생각에서 벗어난 비율이 케타민 그룹이 69.5%, 위약 그룹은 56%로 통계학상 의미를 부여할만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효과는 특히 주요 우울장애(major depression) 환자보다는 조울증(양극성 장애) 환자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조울증은 기분이 상승한 상태인 조증(躁症)과 기분이 저조한 상태인 울증(鬱症)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 정신장애다. 주요우울장애는 우울증만 지속된다.
 

이 결과에 대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 정신과 전문의 리카르도 조르기 박사는 케타민은 우울증 환자에게 주로 투여되며 조울증 환자에게는 사용되지 않는다면서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는 아마도 자살 생각과 관련된 생물학적-심리학적 메커니즘이 우울증과 조울증의 경우가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케타민은 엄격한 관리 아래 저용량을 사용하면 우울증을 완화할 수 있고 특히 최근에는 표준 치료가 듣지 않는 중증 우울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타민은 표준 항우울제와는 표적으로 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 케타민은 뇌 신경세포 간의 신호 전달에 도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활성화한다.
 

케타민은 또 뇌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시냅스(synapse)의 재생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만성 우울증 환자는 시냅스가 크게 줄어든다.
 

케타민은 사용이 쉽지가 않다. 의사의 세심한 감독 아래 정맥주사로 투여해야 한다. 부작용으로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케타민은 1990년대부터 '스페셜 K'라는 이름의 클럽 약물(clup drug)로 나이트클럽에서 남용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 저널(BMJ: British Medical Journal)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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