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국제학술지 '란셋'에 한국 의료 위기를 알리는 글을 게재했다. 란셋은 지난 2022년 기준 세계 학술지 중 가장 높은 임팩트팩터(IF 168.9)를 기록할 정도로 영향력이 지대한 학술지다.
윤주흥 미국 피츠버그의대 교수, 권인호 동아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란셋에 '위기의 한국 의료'라는 제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 3명의 교수는 한국 정부의 2000명 증원 부당성을 설명하며 한국 의료의 근본적 문제를 진단했다.
이들은 "모든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된 한국은 매우 낮은 부담금과 높은 접근성을 갖췄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정부는 매년 의대 정원을 2000명씩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현재 정원 3058명보다 67% 증가한 수치"라며 "이로 인해 전공의 90% 이상이 사직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것은 의사 수가 늘어난 것 이상으로, 한국 의료시스템의 해결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들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젊은의사들 고위험 전공 기피…낮은 보상‧법적책임 부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대표적 문제로는 저수가와 법적책임 부담을 지목했다.
이들 교수는 "현 사태는 극도로 낮은 보상에서 시작됐다"며 "한국 국민은 1차 진료시 3200원만 내고 정부가 병원에 1만1800원을 지급한다. 응급실 기관삽관 비용도 환자가 내는 1만600원을 포함해 총 5만4500원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환자실 진료는 병원이 투입한 자원의 약 60%만 정부로부터 지급받으며 40%의 손실을 본다. 이런 낮은 보상으로 인해 많은 병원이 재정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문제로 의료과실에 따른 형사고발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13~2018년 한국 의사에 대한 형사고발 건수가 일본의 15배, 영국의 566배에 달했고,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영아 사망 사건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구속당한 사례도 제시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과정에서 보여준 강압적인 대응도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가 젊은의사들에게 행정‧사법권을 행사하고, 면허정지를 운운하며 협박했다"며 "의사가 사직할 법적 권리가 없고, 헌법에 따라 직업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젊은의사들 사직은 의사 기본권과 안전을 되찾아 달라는 절박한 요구"라며 "이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의료시스템은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