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포를 통과하는 혈액의 적혈구는 몸 안에서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버리는 대신 산소를 실어 온몸으로 운반한다.
그런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폐 조직이 심하게 손상되면 폐 줄기세포 분화에 이상이 생겨 폐 기능이 복원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폐 기능 저하가 왜 그렇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를 집중 공격하면 걷잡을 수 없는 폐 염증, 폐포 세포의 파괴 및 재생 기능 훼손, 급속한 폐 섬유화 등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분화 경로 이탈 발견엔 긍정적인 의미도 있다. 코로나19로 망가진 폐 조직을 복구하는 치료법 개발의 열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세포 생물학'(Nature Cell 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폐포 줄기세포가 폐 조직을 복원하는 메커니즘은 인간이나 생쥐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과학자들의 기존 인식이었다.
하지만 UCSF 연구팀은 인간의 폐포 줄기세포(hAEC2)가 생쥐의 그것과 전혀 다르게 작동하는 부분을 발견했다.
인간의 폐포 줄기세포는 기능적인 기저 세포로 분화할 때 병든 섬유모세포로부터 신호를 받았다.
연구팀은 이런 전환 분화 경로 위에 존재하는 폐포 줄기세포를 대상으로 단세포 분석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보니, 특발성 폐 섬유증(IPF) 환자의 폐에서 발견되는 이행 세포 유형과 기저 세포 하위 그룹이 같은 경로에 존재했다.
연구팀은 섬유모세포와 폐포 줄기세포를 묶은 오르가노이드(미니 기관) 플랫폼을 이용, 허파꽈리가 심하게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비정상적 줄기세포 분화 모델을 만들었다.
인간의 폐포 줄기세포가 병든 이행 세포 유형과 기저세포 그룹을 생성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한 발견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이는 코로나19 환자 폐에서 관찰되는 줄기세포 분화 경로를 과학적 실험으로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연구팀은 인간의 폐포 줄기세포가 기저 세포로 분화하는 건 하나의 이상 분화라고 생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UCSF 심혈관 연구소의 펑티언 박사는 "눈길을 사로잡긴 해도 잘못된 분화인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이 분화 경로를 정확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심하게 손상된 허파가 어떻게 개조되는지, 그리고 손상을 되돌리는 잠재적 경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중요한 통찰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인간 폐포 줄기세포가 기저세포로 전환 분화하는 걸 섬유모세포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폐포의 화생 기저 세포는 피부 경화증 병소나 코로나19 환자의 폐 등에서 흔히 발견되며, 활발히 개조가 진행 중인 부위에선 이행 세포와 뒤섞인 상태로 관찰되기도 한다.
화생(化生ㆍmetaplasia)은 분화를 마친 조직이 다른 기능의 조직으로 변하는 병적인 현상을 말하는데 '변질 형성'이라고도 한다.
이런 이행 세포는 이종 동물 간 이식, 인간 폐포로 만든 오르가노이드(hAEC2-derived organoid), 섬유증이 생긴 폐의 조직학 분석 등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이는 코로나19와 같이 심한 폐포 손상을 동반하는 질환에서 폐포 줄기세포가 변질한 기저 세포를 만드는 원천임을 시사한다고 과학자들을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폐가 심하게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화생 분화를 차단하거나 복원하는 치료 표적의 발굴에 중요한 초석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아울러 섬유증이 잘 생기는 부위(fibrotic niche)의 다른 구성 요소, 즉 상피세포나 면역세포 등이 변질한 유전자 표현형을 몰고 오는지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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