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표적 숨긴 암세포, 겉에 나타난 펩타이드로 잡아낸다
고형암의 펩타이드 표적 공격하는 CAR-T 치료법 개발
2021.11.08 08:57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CAR-T세포를 기반으로 하는 항암 면역치료법은 혈액암인 백혈병 치료에 돌파구를 열었다.

항암 면역치료에 쓰이는 이 '키메라 항원 수용체(chimeric antigen receptors)' T세포는, 가공의 T세포 수용체를 만들기 위해 유전공학적으로 조작된 T세포를 말한다. 그런데 매우 혁신적인 이 치료법도 고형암에는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 물론 고형암을 구성하는 암세포 내엔 종양의 성장과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단백질은 대부분 암세포 표면에 발현하지 않아, CAR-T세포가 종양 특이 표적(tumor-specific targets)으로 식별하지 못한다.
 

CAR-T세포의 이런 단점을 보완한 '펩타이드 중심(peptide-centric)' CAR-T 치료법이,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약칭 CHOP) 과학자들에 의해 개발됐다.
 

PC-CAR(펩타이드 중심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이용하는 이 개량 치료법은, 기존의 CAR-T세포가 접근하기 어려운 암세포 내의 단백질 대신 표면에 발현한 펩타이드(단백질 조각)를 표적으로 삼는다.
 

CHOP 소아암 연구 센터의 존 마리스(John M. Maris)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마리스 박사는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이기도 하다.
 

논문의 제1 저자인 마리스 박사 랩(lab)의 마크 야르마르코비흐(Mark Yarmarkovich) 연구원은 "특정 종양 분자의 표적화와 암 면역치료 확장의 가능성을 대폭 높인 연구"라면서 "이번엔 다중체학 접근을 통해 신경아 세포종의 특정 펩타이드를 확인했지만, 다른 어떤 암에 적용해도 맞춤형 치료의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중체학(multiomics)은 두 개 이상의 체(ome) 정보를 이용해 세포, 개체, 집단 등을 연구하는 유전체학의 한 분야다.
 

암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펩타이드는 MHC(주조직 적합성 복합체)와 관련이 있다. 진화 과정에서 MHC는 외부 침입자인 바이러스와 세균 등의 펩타이드를 면역계에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암세포가 MHC에 제시한 단백질이 돌연변이 펩타이드로 드러나면 면역계는 외부 침입자로 간주한다. 그런데 모든 소아암과 여러 유형의 성인 암에선 돌연변이가 거의 발견되지 않고, 발달 경로의 기능 이상 등 다른 요인이 암 발생을 부추긴다.
 

이번 연구에서 다룬 신경아(芽) 세포종(neuroblastoma)도 유전자 발현 변화로 종양이 걷잡을 수 없이 성장하는 암이다. 돌연변이 영향이 작은 이런 암은 MHC 발현 도가 낮아 면역치료의 표적을 찾기도 어렵다.
 

연구팀은 어렵게 개발한 PC-CAR을 생쥐 모델에 시험해, 표적으로 삼은 신경아 세포종이 완전히 제거되는 걸 확인했다.

가장 큰 난제는 종양 특이 펩타이드와 정상 조직의 펩타이드를 구분해 교차 반응과 치명적 독성을 피하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MHC 분자에 어떤 펩타이드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지 분석한 뒤 자체 개발한 대규모 유전체 데이터 세트와 비교, 신경아 세포종 의존 유전자(PHOX2B)에서 유래한 한 개의 비 돌연변이 펩타이드를 찾아냈다.
 

이 펩타이드를 식별하는 PC-CAR은 서로 다른 HLA(인체 백혈구 항원) 유형에서 종양 특이 펩타이드를 알아봤다. 이는 다양한 유전적 계통 환자에게 이 치료법이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마리스 박사는 "지금까지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중요한 암 추동 인자를 추적하는 길이 새로이 열렸다"라면서 "PC-CAR은 면역치료 대상 환자를 대폭 확장하는 잠재력을 갖췄다"라고 강조했다.
 

마리스 박사팀은 CHOP의 신속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가 되면 임상 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거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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