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옥스퍼드 대학 의대 심장전문의 카젬 라히미 교수 연구팀은 최고 혈압인 수축기 혈압을 5mmHg 낮추면 당뇨병 위험이 11%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남녀 총 14만5천939명이 대상으로 평균 4.5년에 걸쳐 진행된 총 9건의 연구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이 중 9천883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혈압을 낮추는 것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뿐만 아니라 당뇨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5가지 유형의 혈압약과 당뇨병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한 22건의 임상시험 자료도 분석했다.
그 결과,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억제제와 안지오텐신 수용체-2 차단제(ARB: angiotensin receptor-II blockers) 계열 혈압약이 당뇨병 위험을 16%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계열 혈압약은 효과가 없었다.
칼슘 통제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 계열의 혈압약은 효과가 없었고 베타 차단제(beta-blocker)와 티아자이드 이뇨제(thiazide diurectic) 계열의 혈압약은 오히려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그 이유는 유형이 다른 혈압약들은 인체에 작용하는 방법 또한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현재 당뇨병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체중을 줄이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도록 권장되고 있지만, 이 중 혈압이 높은 사람은 ACE 억제제 또는 ARB 계열의 혈압약 처방을 고려할만하다고 연구팀은 제언했다.
연구팀은 혈압 관련 변이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유전 자료를 '멘델 무작위 분석법'(Mendelian randomization)으로 분석도 해 봤다.
그 결과, 혈압이 당뇨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저혈압의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당뇨병 위험이 12%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멘델 무작위 분석법'이란 특정 질병의 환경적 위험인자들과 그와 연관이 있는 유전자 변이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연구 방법이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영국 심장재단 의료 실장 닐레시 사마니 박사는 혈압과 당뇨병이 서로 연관이 있다는 사실과 혈압을 떨어뜨리는 것이 당뇨병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와 함께 혈압약은 그 유형에 따라 당뇨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 하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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