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공공의료 구축을 외면한 일본이 제5차 코로나19 유행으로 의료체계 붕괴위기에 직면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코트라 안재현 일본 오사카 무역관의 ‘일본 코로나 19로 인한 의료위기 구조적 원인 및 대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5차 유행에 따른 위기 상황시 가동할 병상 수가 부족해 의료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현재 일본에서 병원 입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 수는 21만 명, 중증 환자는 2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일본 전체 병상 수는 130만 개로, 인구 10만 명 당 13개 수준이다. 타 국가 대비 병상 수가 부족하지는 않다. 독일은 인구 1000명 당 8개, 미국은 2.9개로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일본은 많은 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ICU(집중 치료실)의 경우 다른 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전체 병상 수에서 ICU가 차지하는 비율은 독일 8%, 미국 7%지만 일본은 2%에 불과하다.
인구 10만명당 ICU 수는 4.3, ICU외 병동의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하이케어 병상을 모두 포함해도 13.5에 그쳐 독일 인구 10만명 당 ICU 병상 수인 29.2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민간 병원의 비율이 공공 병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데, 민간 병원의 93% 정도가 병상 수 200개 미만인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등 중증 환자를 케어하기 위해서는 ICU 병상 등 중장비를 보유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최소 200개 병상을 보유한 중간 규모 이상의 병원이 필요하다. 일본은 민간병원 비율이 81.6%, 민간 병상 수가 71.3%로 민간 의료기관이 절대적이다.
일본 의료체계가 소규모 민간병원 중심으로 이뤄진 것은 높은 진료 보수와 낮은 의료근로 보수 간 차이 및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의료인력 부족으로 인한 열악한 근로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구 구조가 지방으로 분산돼 있어 소형 민간병원이 현지에서의 응급 의료기관 역할을 전담하고 있다. 대형 병원이 수익성을 가지기 힘든 구조다.
일본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공립 의료기관의 경우 근무가 빡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근무 방식의 개혁을 추진하면서 일반 노동자의 초과근무는 연간 360시간, 예외적인 경우 최대 720시간까지 인정하기로 했지만 공립의료기관의 초과근무 시간이 연간 1860시간에 달한다.
공립 의료기관 내 과로사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일본은 또 자본이 있는 의사들이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개업의를 선택, 다수의 민간병원이 설립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은 근무의(봉직의)와 개업의 간 소득 차이가 매우 큰데 외래 진료 수입이 높고 입원 수입은 낮아 입원 환자가 많아질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게다가 병상 수가 의사, 간호사 숫자로 정해져 있어 규정 이상의 입원 환자를 진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민간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시행하려고 해도 실질적으로 단시간 내 확보 가능한 의료인력이 부족하고, 병상 수 제한으로 인해 투입환경이 구축되지 않아 대응 가능한 의료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재현 무역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일본 의료붕괴 위기는 기존 의료체계가 평상시에는 원활하게 유지되지만 위기 상황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이번 사태는 일본 의료체계의 구조적인 취약점에서 발생하는 부분이 커 해당 사태에 대한 수정, 보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무역관은 "그러나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수단이 제시되고 있으며, 구조적 결함을 수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향후 일본 의료체계와 산업 지형을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