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한 T세포 회복 막는 '후성유전 상처' 발견
美 하버드대 연구진 '만성 C형간염 치료 후에도 T세포 탈진 개선 잘 안돼'
2021.07.30 08:41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이나 만성 바이러스 감염증은 '킬러 T세포(killer T cells)'의 탈진을 유발한다.

T세포 탈진은 동일한 항원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면 암과의 싸움이 그렇다.


탈진한 킬러 T세포는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나 암세포 등에 대응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T세포 탈진이 항암 면역치료의 발목을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 과학자들이 T세포 탈진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MGH는 하버드 의대의 최대 수련병원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고 나면, 탈진한 킬러 T세포가 '기억 T세포(memory T cells)'의 특성을 일부 갖게 되지만, 그렇다고 기억 T세포로서 기능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성 C형 간염과 싸우다가 탈진한 T세포에 어떤 후성 유전적 변화가 생기는지도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두 편의 논문으로 나뉘어 저널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최근 실렸다.
 

2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만성 C형 간염을 치료한 이후에도 감염 기간에 생긴 T세포 탈진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이는 바이러스의 T세포 자극이 장기간 지속할 때 분명히 드러났다.
 

바이러스의 자극 기간이 짧을 경우 킬러 T세포는 제 기능을 하는 기억 T세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연구를 이끈 MGH 소화기내과의 게오르크 라우어(Georg M. Lauer) 박사(하버드의대 부교수)는 "T세포 효능을 결정하는 주요 특징 인자는 변하지 않은, 일부 '화장 개선(cosmetic improvement)'만 관찰할 수 있었다"라면서 "변화한 분자가 치료 이후 상당수 정상화되긴 했지만, T세포 기능과 분명히 연관된 것들은 그대로였다"라고 지적했다.
 

라우어 교수팀은 몇 년을 끌지 말고 초기의 '급성 감염' 단계에서 항바이러스제로 C형 간염을 치료하면, 전체적인 기억 T세포 분화를 유도할 수 있는지 연구 중이다.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면 만성 감염증 초기에 T세포 기능을 보호할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잠시 열리는 것이라고 라우어 교수는 설명했다.
 

또한 극도로 탈진한 T세포에서 발견한 분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T세포를 구할 수도 있을 거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네이처에 함께 논문이 실린 상보성 연구(complementary study)는 MGH 암 연구 센터의 데바타마 센(Debattama Sen) 박사가 이끌었다. 센 박사팀은 만성 HCV 감염증에서 탈진한 T세포의 회복을 막는 후성유전 변화를 확인했다.
 

탈진 T세포에 생긴 '후성 유전적 상처(epigenetic scars)', 즉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염색체의 물리적 변화 가운데 다수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후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후성 유전적 패턴은 단백질과 전사 수위에 관한 첫 번째 연구 발견과 상응했다.
 

센 박사는 "만성 감염증을 치료한 후에 이런 후성 유전적 상처가 T세포의 적절한 기능 회복을 막을 수 있다"라면서 "T세포의 기능을 복원하려면 상처 난 영역을 직접 제거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다양한 진행 패턴을 보인다. 인플루엔자(독감)처럼 단기간에 효과적으로 퇴치되기도 하지만, C형 간염이나 에이즈처럼 만성 감염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센 박사팀은 T세포의 다양한 바이러스 반응을 비교 분석해 '탈진 특이(exhaustion-specific)' 상처가 생기는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도 만들었다.
 

이 지도는 정밀한 유전자 편집 외에 탈진 T세포와 연관된 특정 영역을 표적으로 삼거나 다른 T세포 무리에서의 표적 이탈 효과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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