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일본에서 선천적 질병으로 자궁이 없는 여성에게 자궁을 이식하는 임상연구가 조건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현행법상 자궁이식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연구와 치료로 이어지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의료계 반응이다.
1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학회는 질병으로 자궁이 없는 여성의 임신 및 출산을 위한 자궁이식에 대한 임상연구를 조건부 실시하는 것을 인정할 전망이다. 일본에서 자궁이식 임상시험이 허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자궁이식의 경우 일본에서 장기이식 허용 법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뇌사 판정을 받은 기증자에게서 이식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번 결정은 게이오대 연구팀이 지난 2016년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난 로키탄스키 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친족으로부터 자궁을 이식받는 임상연구를 구상한 지 약 5년 만의 일이다.
일본의학회는 게이오대가 제출한 관련 연구계획서를 검토, 자궁이식을 치료방법 중 하나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보고서를 통해 관련 방침을 발표할 전망이다. 또 자궁이식도 뇌사자로부터 이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위해 장기이식법 개정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자궁이식 연구가 실현 가능하고 법적으로 별다른 문제는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간의 인식과 달리 법적인 문제는 없다. 우리나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하 장기이식법)은 장기이식을 권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으로, 금지나 처벌에 대한 법안이 아닌 까닭이다.
실제로 2017년 2월 대구에서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진행 당시 팔‧다리 등 장기는 장기이식법이 규정한 이식 가능 장기에 포함돼있지 않았다. 이에 일부 매체에서는 수술 이후 보건복지부가 해당 병원에 범법적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보건복지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복지부가 영남대에 수부이식 관련 자료를 요청한 공문에는 ‘범법적 소지’가 있다고 표현한 사실이 없다. 수부이식이 장기이식법에 포함될 수 있는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장기이식법은 법에 명시된 장기의 기증 및 이식을 국민에게 권장하는 법”이라며 “법에 명시되지 않은 장기 이식을 금지하거나 처벌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기이식법에 포함되지 않은 장기라고 해서 이식이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후 2018년 5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해 8월 9일부터 장기이식법에 손과 팔, 다리 등이 이식 가능한 장기로 법적 허용 됐다. 그리고 올해 1월에는 세브란스병원에서 법제화 이후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해명자료를 살펴보면 복지부는 단순히 수술에 관한 현황 및 경과를 수집했을 뿐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적인 견해로는 의료진의 판단으로 불법적 요소가 없이 수술이 이뤄졌다면 장기이식법에 명시되지 않은 장기라고 해서 처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실제 연구나 수솔로 이어지기는 부담감이 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호식 고신대병원 장기이식연구소장은 “최근 화제가 된 자궁이식의 경우 유럽 등 서구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사례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여건만 된다면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만 의학적으로 따졌을 때 그동안 여성 중에서도 10명 중 4명 정도만 성공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성공사례가 더욱 적다”면서 “자궁이식의 경우에는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을 해야 하는데, 자궁의 본래 기능인 임신에 약물 복용이 악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섣불리 시도하기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불법은 아니라고 하지만 법의 보호에서는 벗어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다. 연구를 진행한다고 해도 병원 내 임상시험윤리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고, 허가를 받더라도 법적으로 관리되지 않는 장기의 공여자를 찾기는 어렵다. 자궁 외에도 다양한 장기이식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련법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