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각국이 백신 여권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하고 나섰다.
백신 여권이란 코로나19 백신 접종 사실을 기록해 국외 여행 때 증명서처럼 사용하는 제도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은 이르면 오는 5월부터 백신 여권 도입을 추진 중이다.
레예스 마로토 산업통상관광부 장관은 이날 스페인 안테나3 방송과 인터뷰에서 "5월 개최되는 마드리드 국제관광박람회를 계기로 백신 여권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페인을 포함해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백신 여권 도입에 적극적이다. 전 세계 처음으로 지난 1월 백신 여권을 발급한 아이슬란드를 시작으로 그리스, 이탈리아, 스웨덴, 포르투칼 등이 도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EU는 이에 오는 17일 EU 회원국을 위한 백신 여권인 '디지털 그린 패스' 도입 계획을 발표한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는 백신 여권을 활용해 백신 접종자 수를 원활히 추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으로 시범사업(7만5천파운드)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국민들에게 1주일 후부터 모든 격리 의무가 해제되며, 녹색여권(Green passport, 온라인 증명서) 발급돼 자국 내 대중 행사에 참여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다.
중국은 지난 8일 백신 접종과 코로나 검사 여부 등을 담은 중국판 백신 여권 '국제여행 건강증명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동남아시아 대표 관광국인 태국도 다음 달부터 백신 접종 증명서를 제시하는 입국자의 자가격리 기간을 7일로 줄이고 베트남은 오는 7월부터 접종을 마친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한다.
하지만 WHO와 일부 국가는 백신 여권에 반대하고 있다. 백신 확보·공급 과정과 예방효과 등을 고려하면 불평등과 안전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모든 사람이 공평한 조건에서 백신을 접종할 수 있지 않다"며 "백신 여권 도입은 불평등과 불공정을 각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뿐만 아니라 접종 후순위인 임신부·청년과 접종 권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유아동도 소외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 입장인 프랑스의 외무부 유럽문제 담당인 클레망 본 국무장관은 "일부 집단에게만 특권을 부여하는 백신여권 정책은 자유권에 대한 공격"이라고 꼬집었다.
코로나19 백신이 감염 위험으로부터의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현재 허가된 백신의 접종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하는지 아직 모르고 관련 데이터를 여전히 수집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 정보 침해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는 백신 여권 도입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지난 9일 "과학적인 근거와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정책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