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될 지원자를 찾습니다!'
'인위적 바이러스 투입 임상시험 실시' 제기···'기존 방식 속도전 한계' 지적
2020.04.23 11: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자원해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사람을 찾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18만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신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건강한 사람들을 코로나19에 감염시켜 백신 효과를 확인하는 Human Challenge Trial(HCT)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적 임상시험 방식은 건강한 참가자들을 모집해 절반에게는 백신을, 나머지에게는 위약을 투여한다. 그 이후 참가자들이 일상생활 중에 자연적으로 감염되길 기다렸다가 두 그룹을 비교해 백신 효과를 확인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실제 백신 효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가자 다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해당 임상시험에 참가한 사람들 중 아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사실상 백신 효과를 검증하기 어렵게 만든다.
 

임상 3상, HCT로 대체 주장…美 하원의원들도 지지

이러한 이유로 건강한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해 백신 효과를 확인하는 HCT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말 하버드대 Marc Lipsitch 전염병학 교수와 생명윤리학자 Nir Eya 등은  미국 감염학회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HCT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비윤리적으로 느껴지지만 HCT는 인플루엔자, 말라리아, 콜레라 등 비교적 치명적이지 않은 질병들을 대상으로는 꽤 흔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들은 “통상적으로 백신 효능 확인을 위한 임상시험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를 HCT로 대체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 백신들의 효능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이 같은 방식에는 불가피하게 위험성이 수반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저자들도 “HCT에 참가해 살아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받는 사람들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거나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시험 참가자들을 비교적 저위험군인 젊고 건강한 사람들로 구성하고 이들에 대한 의료진의 세심한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그 위험성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며 일부 지역에서 의료체계 붕괴가 우려되는 미국에서는 정계에서도 HCT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물리학자 출신의 Bill Foster와 보건사회복지부(HHS) 장관을 역임한 Donna Shalala 등 35명의 美 하원의원들이 FDA와 HHS에 서한을 보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프로세스가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며 HCT 시행을 지지했다.
 

Foster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서한은 FDA의 선택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 팬데믹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효과적인 백신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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