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바뀐 회춘 비밀···'젊은 피 수혈 필요 없다'
혈장 내 노화 단백질만 교체해도 강한 회춘 효과
2020.06.16 17:30 댓글쓰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미국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BERKELEY) 연구진이 늙은 생쥐의 회춘 실험에 처음 성공한 건 2005년이다.


당시 연구팀은 늙은 생쥐와 어린 생쥐를 생명공학 기술로 조작해, 혈액과 기관을 공유하는 쌍둥이 생쥐로 만들었다.
 

그랬더니 늙은 생쥐의 근육 등 조직이 다시 젊어지고 노화 신호도 거꾸로 돌아가는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늙은 생쥐의 인위적인 회춘 가능성을 내보인 것이다.
 

 

이 결과가 발표되자 어린 생쥐의 혈액에 '청춘의 샘(fountain of youth)'처럼 작용하는 단백질 같은 게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고조됐고, 그 기전 규명에 도전하는 연구가 꼬리를 물었다.

 

생쥐의 혈액에서 그런 걸 찾아낸다면 비슷한 원리로 인간의 회춘도 가능하리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런데 최초 공개 15년 만에 더 획기적인 후속 연구 결과가 나왔다. 회춘 효과를 보려고 꼭 '젊은 피'를 수혈할 필요가 없다는 걸 같은 연구팀이 밝혀냈다.
 

늙은 생쥐의 혈장을 희석하면서 노후한 단백질을 새것으로 바꿔 주기만 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 연구는 '젊은 피'의 수혈에 집중됐던 회춘 연구의 초점이, '늙은 피'의 유해 요인 제거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듯하다.
 

관련 논문은 15일(현지시간) 노인학 전문 국제저널 '에이징(Aging)'에 실렸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알부민과 염화나트륨이 함유된 멸균 용액으로 늙은 생쥐의 혈장을 절반가량 교체하면 뇌, 간, 근육 등에 강한 회춘 효과가 나타난다는 걸 확인했다.
 

알부민은 혈장을 빼내면서 소실된 단백질을 보충하는 것인데 늙은 피의 단백질을 새 단백질로 바꿔주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이 방법으로 나타나는 회춘 효과는, 어린 생쥐의 혈액을 대체 수혈했을 때와 같은 수준이거나 오히려 더 강했다.
 

어린 생쥐에게도 동일한 혈장 교체 실험을 했지만, 건강에 해로운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리나 콘보이 생명공학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증가한 혈액의 특정 유해 단백질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데 꼭 젊은 피의 수혈이 필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늙은 피를 희석하면서 노후한 단백질만 바꿔줘도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2005년 논문의 제1 저자였던 콘보이 교수는 이번 연구의 수석저자를 맡았다.
 

인간에게 이 방법을 적용할 땐 혈장분리반출술(plasmapheresis)를 시술하면서 대체 혈장의 구성 성분을 조절할 수 있다고 한다.
 

혈장분리반출술은 이미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아 여러 유형의 자가 면역질환 치료에 쓰이고 있다.

콘보이 교수팀은 현재 임상시험의 막바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시험 목적은 고령자의 전반적인 건강 증진을 비롯해 근육 손실, 신경 퇴행, 2형 당뇨병, 면역 이상 등의 노화 관련 질환에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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