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대체로 비만은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비만은 사이토카인(세포 신호전달 단백질)과 지방세포 유래 호르몬 수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간접적으론 혈관 질환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됐다.
신체의 과다한 지방이, 뇌의 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유도하는 대사 경로와 혈관 경로에 작용해 치매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이와 상충하는 연구 결과도 없지 않다. 심지어 고령자에겐 비만이 방어적 건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었다. 그런데 비만과 치매의 연관성 논란은 이제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50대 이상 영국인 6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에서, 비만이 실제로 치매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한 사람은 치매에 걸릴 위험이 정상인보다 31% 높고, 같은 조건일 땐 여성이 남성보다 더 위험하다는 게 핵심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과학자들은 23일(현지시간) '국제 역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Oxford University Press)가 발행하는 전염병학 전문 '동료 검토' 학술지다.
연구팀은 '영국 종단적 노화 연구(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에 참여한 만 50세 이상 영국인 6천582명의 의료기록 등을 통대로 평균 11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가 시작될 때 비만했던 피험자(BMI 30 이상)는 보통(BMI 18.5~24.9)인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31% 높았다.
BMI(체질량지수)와 허리둘레를 함께 고려했을 땐 비만한 피험자의 치매 위험이 정상보다 28% 높게 나왔다.
비만에 따른 치매 위험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컸다. 예컨대 복부 비만(허리둘레 기준)인 여성은 정상인 여성보다 치매 위험이 39%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복부비만 여성의 치매 위험은 연령, 교육 수준, 혼인 상태, 흡연 여부, 유전적 요인(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 당뇨병·고혈압 등과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남성 피험자에게선 복부 비만과 치매의 연관성이 여성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UCL 역학 보건 연구소의 도리나 카다르 선임연구원은 "치매 위험의 측면에서 비만이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는 걸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라면서 "성인기 내내 적절한 음식 조절과 신체활동 등을 통해 체중을 이상적인 수준까지 줄이는 게 좋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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