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 안에서 가장 풍부한 응혈 단백질은 콜라겐이다. 하지만 콜라겐은 대체로 혈액에 노출되지 않는다.
어쨌든 혈관이나 조직이 손상되면, 콜라겐을 포함한 많은 응혈원 인자(procoagulant factor)가 나서 혈액 손실을 막는다. 이때 액체였던 혈액이 젤 형태로 바뀌면서 혈전이 형성된다.
그러나 지혈과 혈전 형성 사이의 균형을 정확히 맞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전이 너무 많이 생기면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킨다.
사실 혈액 응고가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심장질환의 근인으로 지목된 건 오래됐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심장 미오신(cardiac myosin) 단백질이 이런 병리적 혈액 응고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걸 알지 못했다.
마침내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그 비밀을 밝혀냈다.
심장 미오신의 주기능은 다른 단백질과의 교차 결합을 통해 심장 근육 세포의 수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심장이 평생 정상적으로 뛰는 건 심근 세포 안에 있는 미오신이 '분자 모터(molecular motor)'처럼 온·오프를 반복하면서 심근의 수축과 이완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스크립스 연구소는 이런 요지의 논문을, 미국심장협회 저널 '동맥경화증, 혈전증과 혈관 생물학'에 발표하고, 별도의 논문 개요도 6일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했다.
이 연구를 이끈 존 H. 그리핀 분자 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누구도 심장 미오신을 응혈원 인자로 의심하지 않았다"라면서 "혈관학과 심장학 연구의 가교로서, 심장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인자의 존재를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염증과 마찬가지로 미오신도 너무 많을 때 문제를 일으킨다.
소량이면 심장 출혈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지만, 너무 많으면 혈전의 생성을 촉진해 산소 공급을 끊고 심장 조직의 손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심근경색을 일으킨 생쥐에 실험한 결과, 미오신이 과도히 증가하면 심장 손상이 두 배로 커졌다. 지금도 아스피린 등 많은 항응혈제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약품은 출혈 과다 등의 부작용 위험이 상존한다. 심장만의 혈액 응고가 아니라 몸 전체의 응혈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리핀 교수팀은 심장 미오신이 유발하는 혈액 응고만 표적으로 삼아 항응혈제 개발에 착수했다.
이런 약이 개발되면 급성 심장질환이 발생한 직후의 환자에게도 직접 투여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리핀 교수는 "현재 심혈관 질환은, 미국 내 대부분의 민족·인종 집단에서 남녀 공히 질병 사망 원인 1위에 올라 있다"라면서 "개량된 신약 개발이 시급한 상황에서 심장 미오신이 전도유망한 길을 열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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