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코 등의 점막과 손상된 피부를 통해 처음 감염됐을 땐 인후염, 구내염, 성기 주위 물집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HSV는 신경절 세포에 은신처를 만들어 재빨리 동면에 들어간다. 그러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주기적으로 다시 깨어나 입술과 그 주위에 수포를 일으킨다. 드물긴 하지만 실명(失明)이나 신생아 뇌염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현재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을 HSV 보균자로 추정한다.
항바이러스 제제를 쓰면 HSV의 재발을 막을 수 있지만, 항상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HSV를 영구히 잠재우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대 의대 과학자들이 드디어 그 실마리를 찾았다.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로 HSV의 증식을 교란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관련 논문은 최근 저널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
하버드대 의대가 12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연구진은, HSV에 감염된 인간 섬유아세포(fibroblast)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바이러스가 집단으로 잠복해 있는 일종의 '저수지(reservoirs)'를 유전자 가위로 직접 타격한 것이다.
HSV의 이런 집단 은신처는 항바이러스제의 침투가 어렵기로 유명하고, 유전자 편집도 지금까진 안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증식하는 바이러스를 유전자 편집에 취약하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활발히 증식하는 바이러스의 DNA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 시스템의 '분자 가위(molecular scissors)에 해당하는 Cas9 효소에 더 많이 노출됐다.
아울러 HSV가 활발히 증식할 땐 DNA를 휘감아 보호하는 히스톤 단백질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메커니즘을 더 연구해, 잠복 상태 바이러스가 유전자 편집에 잘 반응하지 않는 이유도 규명할 계획이다.
이 연구를 이끈 하버드의대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데이비드 나이프 생물학·분자유전학 석좌교수는 "방어 기능의 히스톤 단백질이 결핍되면 DNA에 접근해 (분자 가위로) 잘라내기가 쉬워진다"라면서 "이번에 HSV의 근본적인 아킬레스건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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