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대장암의 약 80%는, APC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전자는 세포 내 베타 카테닌(βcatenin) 단백질 수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대장암 세포에 베타 카테닌 수위가 올라가면 세포핵에 이 단백질이 쌓이면서, 암세포 증식을 몰고 오는 다수의 유전자가 활성화된다. 대장암 종양의 성장과 유지를 촉진하는 것도 이 단백질 축적의 영향이다.
그런데 수위가 높아진 베타 카테닌이 어떻게 세포핵에 들어가는지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베타 카테닌을 대장암 세포의 핵 안으로 운반하는 '임포틴-11'이라는 단백질을 캐나다 토론토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임포틴-11이 관여하는 이 운반 과정을 억제하는 게, 베타 카테닌의 수위 상승이 유발하는 대장암의 새로운 치료 표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토론토대 약학부의 스테판 앵거스 교수팀은 27일(현지시간)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세포 생물학 저널(Journal of Cell Biology)'에 발표했다.
미국 록펠러대 출판부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에 따르면 임포틴은 핵 위치 신호(NLS)라는 특유의 인식배열에 결합해 다른 단백질 분자를 세포핵으로 옮기는, 수송 인자 단백질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하지만 이번 발견에도 불구하고 베타 카테닌의 세포핵 운반에 작용하는 분자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고 한다.
앵커스 교수는 "APC 돌연변이가 생긴 대장암 세포에서, 베타 카테닌의 지속적인 활성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편집 기술로 인간 유전체를 전면 스크린해 특정한 유전자만 가려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목표는, APC 돌연변이로 베타 카테닌 수위가 상승한 이후 대장암 세포 내에서 베타 카테닌의 작용을 뒷받침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발굴한 주요 유전자 중 하나가, 임포틴-11의 생성 정보를 가진 IPO 11이라는 유전자다.
실험 결과 임포틴-11은 베타 카테닌과 결합해, APC 돌연변이가 생긴 대장암 세포의 핵으로 끌고 갔다.
이런 암세포에서 임포틴-11을 제거하면 베타 카테닌이 세포핵으로 들어가지 못해, 표적 유전자도 활성화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대장암에서 임포틴-11 수위가 종종 상승하고, 이런 임포틴-11을 제거하면 APC 돌연변이로 생긴 암세포 덩어리(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은, 대장암 세포의 성장에 임포틴-11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임포틴-11이 베타 카테닌을 암세포의 핵으로 옮기는 메커니즘을 더 잘 이해하면, 이 과정을 차단해 APC 돌연변이 대장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