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이나 유해물질 노출 등으로 폐와 기도가 심하게 손상되는 게 직접적 원인인데, 뚜렷한 자각증상 없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40대 이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도 스테로이드나 기도 근육 이완제 등을 쓰고 있기는 하나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게 고작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COPD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금연을 권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영국 셰필드대 과학자들이 COPD의 진행을 막는 치료법을 최초로 개발했다.
이미 개발된 암 치료제를 하나하나 검사해, COPD 환자의 폐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를 지닌 여러 종의 약물을 확인한 것이다.
현재 영국에는 약 120만 명의 COPD 환자가 있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발견이 사실상 최초의 COPD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셰필드대 감염·면역·심장질환과의 린 프린스 박사팀은 관련 논문을 저널 'eLife'에 발표했다. 프린스 박사는 이 대학의 '러셀 리서치 펠로우(특별연구원)'로 일하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에 따르면 COPD 환자의 폐 손상은,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neutrophils)가 일으키는 염증에서 비롯된다. 학계에선 이런 염증을 '호중성 염증(neutrophilic inflammation)'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등록된 암 치료제의 전수조사와 효능 실험을 거쳐, 호중구 사멸을 촉진하고 폐 조직의 손상을 완화하는 약물을 찾아냈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암 치료제가 호중구의 사멸 비율을 제어하는 세포 신호 과정(ErbB 키나아제)을 억제한다는 걸 발견했다. 무엇보다 이 세포 신호 정보가 입력된 유전자를 조작하면 폐의 염증을 추가로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프린스 박사는 "COPD 환자의 손상된 폐에 직접 작용하는, 임상적으로 효과적인 치료법은 현재 전무하다"라면서 "그런데 ErbB 키나아제 세포 신호 억제제(암 치료제)가 호중구 염증 질환의 잠재적 치료 연구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상 최초로 COPD 환자의 폐 조직에서 손상된 세포들을 걷어내고, 나아가 추가적인 손상과 질병의 진행을 차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약물이 이미 암 치료제로 개발돼 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후속 연구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종류를 가려내 용도를 재지정하면 곧바로 COPD 환자에게 쓸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호중구 염증이 주원인인, 류머티즘 관절염 등 다른 만성 염증 질환에도 이 치료법이 효과적일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연구팀의 다음 목표는, 이번에 발견한 약물을 실제 COPD 환자에 시험해 ErbB 키나아제 신호 과정이 폐의 염증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잠정적인 부작용 대처법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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