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브라카(BRCA) 1과 브라카 2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남성한테 브라카 2 유전자의 결함이 있으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한테 브라카 2 결함이 생길 확률은 300명 중 1명꼴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는 영국 런던 암연구소(ICR)의 로잘린드 일스 종양 유전학 교수팀이 수행했고, 보고서는 16일(현지시간) 저널 '유럽 비뇨기학(European Urology)'에 실렸다. 일스 교수는 전립선암에 관여하는 14종의 유전자 변이체를 발견한 전립선암 연구의 권위자다.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약 1천4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브라카 2 유전자 결함을 가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브라카 2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남성은, 전립선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의 약 2배에 달했다.
또한 브라카 2 결함을 가진 남성은 평균 61세에 전립선암 진단을 받아, 그렇지 않은 남성(평균 64세)보다 진단 시점도 빨랐다.
아울러 브라카 2 결함을 가진 남성의 77%는 전립선암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브라카에 결함이 없는 남성은 40%만 그랬다.
그러나 브라카 2 결함을 가진 남성이 PSA(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를 받으면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권고했다. PSA 검사가 전립선암 사망자를 줄일 수 있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단백질의 일종인 PSA는 정상적인 전립선 세포뿐 아니라 전립선암세포에서도 생성된다. 나이가 들어 전립선이 비대해지면 혈액에서 PSA 검출량이 약간 늘긴 하지만 소량이 나오는 건 정상이다.
일스 교수는 "유전자 검사에서 브라카 결함이 발견된 여성은 예방적 유방 절제술 등을 선택할 수 있다"라면서 "반면 남성은 브라카 결함이 발견돼도 선택할 수 있는 예방책이 없다"라고 말했다.
일스 교수는 이어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자녀에게 유전될 가능성을 고려해 브라카 결함이 있는지 검사하는 게 좋다"라면서 "특히 딸이 있는 남성에겐 유전자 검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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