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올 한 해 가장 주목할만한 연구 성과로 선정하는 '올해의 혁신'에 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 분비 조절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가 뽑혔다.
사이언스는 15일 GLP-1 작용제 개발과 이 약물이 비만 관련 건강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를 '2023년 올해의 혁신'(2023 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 생리적, 환경적, 사회적 요인 등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고, 의학적 문제로서 비만의 위험은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 간 질환 및 특정 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이어져 심각한 보건 의학 과제가 되고 있다.
제니퍼 쿠진-프랭클 사이언스 바이오의학 전문기자는 '올해의 혁신' 기사에서 "비만에 대한 약물 치료는 살을 빼라는 사회적 압박과 과체중은 약한 의지력 결과라는 광범위한 믿음이 뒤얽혀 있는 안타까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등장한 GLP-1 기반의 체중 감량을 위한 새로운 약물 요법은 임상시험 등에서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며 살 빼는 약을 넘어 비만 관련 질환의 예방과 치료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GLP-1 작용제는 원래 20여년 전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비만 치료 약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두 건의 획기적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GLP-1 작용제가 체중 감량 그 이상의 의미 있는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이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GLP-1에 작용하는 약물인 세마글루티드와 리라글루티드는 현재 당뇨 및 비만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세마글루티드는 당뇨 치료제 오젬픽과 리벨서스, 비만치료제인 위고비의 주성분이고, 리라글루티드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주성분이다.
GLP-1 작용제는 또 현재 약물 중독,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는 여러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홀든 소프 사이언스 편집장은 사설에서 "그러나 모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GLP-1 작용제는 해답보다 더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는 진정한 혁신의 특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이 약물의 비용과 가용성, 관련 부작용, 무기한 복용해야 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의사들이 비만이나 과체중이 아닌 사람들이 빠르게 살을 빼기 위해 이런 약물을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는 그러나 이런 약물의 개발과 사용으로 비만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중요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는 체중에 대한 낙인과 편견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올해의 혁신 후보(Runners-up)로는 알츠하이머병 환자 뇌의 신경퇴화를 늦출 수 있는 항체 치료법 발전, 지구 표면 아래 천연 수소 공급원 발견, 초기 경력 과학자 처우에 대한 제도적 변화 요구, 뉴멕시코 고대 호수에서 발견된 인간 발자국, 합쳐지는 대형 블랙홀에서 나오는 신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일기예보, 새로운 말라리아 백신, 엑사스케일 컴퓨터 보급 등이 올랐다.
사이언스는 또 올해 관심을 끈 과학계 실패(Breakdowns)로는 미국의 남극 연구 지원 축소, 계속되는 코로나19의 중국 정부 음모론과 이를 둘러싼 의혹과 갈등, 지난 3월과 8월 각각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미국과 한국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개발 논란, 트위터(현 X)의 연구자들과의 데이터 공유 중단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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