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고공행진…인슐린펌프 곤두박질
美 인슐렛·탠덤, 두달만에 주가 반토막…GLP-1 작용제로 사용 감소여부 촉각
2023.09.25 09:43 댓글쓰기



사진 인슐렛


비만치료제 등장으로 당뇨병 치료에 대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인슐린 펌프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만은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인슐린 펌프 대표기업인 미국 인슐렛 주가가 지난 9월 22일 155.7달러로 마감했다. 약 2달 전인 7월 14일 종가 290.89달러에 비해 약 46.5% 하락한 수치다. 또 다른 인슐린 펌프 기업인 텐덤 주가도 2달 전과 비교해 약 45% 떨어졌다.


하락 배경에는 비만치료제라 불리는 GLP-1 작용제가 있다.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일리야릴리 GLP-1 작용제가 15~20%에 달하는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슐린 펌프 사용자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인슐린 펌프는 지난해 미국 내분비학회가 제1형 당뇨병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도 권고하는 등 중요성이 대두되던 상황에서 GLP-1 작용제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더군다나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팀이 이달 7일 GLP-1 작용제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투여를 줄이거나 중단하게 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하며 인슐린 펌프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가중됐다. 제1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펌프의 주 사용층이기 때문이다.


인슐린 펌프 기업들은 GLP-1 작용제가 미칠 영향을 낮게 평가하면서 분위기 전환에 안간힘이다. 


짐 홀링세드 인슐렛 최고경영자(CEO)는 8월에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며 “GLP-1 작용제가 인슐렛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인슐렛은 뉴욕주립대의 연구가 10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라는 점에서 인슐린 펌프의 장기적 전망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메드트로닉의 제프 마타 CEO도 금년 5월 “23억달러 규모 당뇨병 관련 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1형 당뇨병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한 데 이어 8월 말 실적 발표에서도 “GLP-1 작용제가 우리 사업과 의료기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증권사 BTIG는 최근 보고서에서 “GLP-1 작용제는 부작용과 급여 적용 등 몇 가지 진입장벽이 남아있다”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펌프 보급률이 한 자릿 수로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슐린 펌프 시장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런 전망에도 GLP-1 작용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질수록 인슐린 펌프에 대한 투자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GLP-1 작용제인 위고비가 2024년말까지 품귀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이달 5일에는 미국 주식시장에서 유럽기업 중 시총 1위에 올랐다.


반대로 인슐렛은 홀링세드 CEO가 8월 말 자사주를 약 100만달러(약 13억원) 매입한 직후에도 반등의 여지는 보이지 않았다. GLP-1 작용제가 실제 인슐린 펌프 사용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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