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국회 공감대를 얻으며 필수의료·공공의료 공백 해소를 위한 합류 의지를 굳힌 가운데, 참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초음파·뇌파계 등 현대 진단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단 및 지난 6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한의약육성법의 시행으로 이 같은 청사진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지난 8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대한한의사협회(회장 홍주의)가 주관한 '한의사 필수의료 참여와 한의약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한의 진단장비 등 발전···한의사 건강검진 참여, 장점 극대화하고 현대의학 한계 보완
임정태 원광대 한의대 진단학교실 조교수(한방내과 전문의)는 한의사 건강검진 참여 당위성과 효용을 피력했다.
임 교수는 "많은 의사들이 건강검진센터에서 봉직의로 근무하고 있으나, 건강검진은 비교적 위해성(危害性)과 요구되는 전문성이 낮으면서도 인력 소요가 많고 교육과 행정 업무 비중이 더 높다"며 "한의사를 비롯한 다른 보건의료직군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3D 맥진기, 설진기 등 한의 진단의료장비와 계측장비가 발전하고 개인별 맞춤치료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그가 자신하는 이유다.
그는 "최근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정밀의학으로 발전하는 추세"라며 "한의사 건강검진 참여는 장점을 극대화하고 현대의학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꼽은 한의사가 참여 가능한 검진 영역은 ▲저체중 출산아 등 영유아 ▲우울·불안·불면 등 신경정신과 질환자 ▲당뇨·고혈압·비만 등 만성적 대사질환자 등이다.
그간 한의 보건사업 프로그램 만족도 및 임상적 근거 등이 쌓이고 있고, 약물치료를 수행해야 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질환 이행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임 교수는 "한의학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중시,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정신적 미병(未病)을 발견하고 약물적 치료 뿐 아니라 다양한 비약물적 접근과 상담으로 마음 건강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생활습관 관리도 강력한 예방 도구이지만 혈압, 혈당 관리 효과 등이 입증된 한의약 치료를 기반으로 대사질환 발병 전단계에서 건강관리를 수행하면 만성적 대사질환 이행을 막는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활용, 일상적 예방과 감염병 위기 시 효율적 자원 배분 가능"
한의사들의 지역 돌봄사업 참여는 효율적 자원 배분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보건복지부의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2021~2025)'에 근거한 '한의약 건강돌봄사업'은 지역사회 내 돌봄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의약 서비스와 욕구기반 건강복지 서비스를 연계·융합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성수현 한국한의약진흥원 의료지원센터장은 "대상자 본인이 불편을 느끼지만 신체적 문제임을 인지 못하고 다른 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경우 한의사가 신체적 질환을 케어, 건강복지 수요를 감소시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코로나19 유행 사례를 돌아보며 향후 다가올 감염병 영역에서도 한의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권선우 한의협 의무이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모든 의료인력자원을 동원하지 않았다"며 "초기 대구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 참여 의향을 밝힌 한의사 참여를 제한하고, 신규 공중보건의사를 투입하면서도 한의과 공보의는 참여를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필수의료 분야 법률적 책임과 자격이 있는 의료인이 배제되는 것은 국민건강과 국가 의료인력 자원의 효율적 활용 등 모든 이유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감염병 진단, 신고, 치료 등에서 한의사와 한의약이 적극 활용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