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병동→일반병상 전환되면 환자 안전 위협"
간호계 "손바닥 뒤집듯 간호사 근무 변경, 충분한 인원‧기간 확보 절실"
2022.05.10 12:5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코로나19 발생 후 2년만에 격리가 해제되고 코로나19 병동이 일반병동으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충분한 간호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환자들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 등은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환자 건강권과 간호사의 노동권 쟁취를 위해 ‘간호사가 나타났다!’라는 이름으로 지난 7일 서울 보신각에서 문화제를 개최했다. 


해당 문화제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김경오 간호사는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와 싸우며 끊임없이 간호사 인력 충원 및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실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김경오 간호사는 “지난해 3월 청와대 앞에서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 및 인력충원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이 자리에 섰다”며 “그간 간호인력인권법 청원을 비롯해 기자회견과 간담회 등 수없이 많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2년 만에 격리가 해제되고 일반병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간호인력 및 준비기간이 확보되지 않아 환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김경오 간호사는 “코로나19 감염병동이 일반병동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은 오늘은 종합병원 내일은 일반병원, 이틀 후는 외과병원으로 손바닥 뒤집듯 간호사 근무 과를 바꾸고 있다”며 “각 과마다 주요 질환은 무엇인지, 어떤 약을 쓰는지, 검사 및 수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다르지만 교육은 단 하루도 진행되지 않아 충분한 준비 없이 환자를 마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지어 각 병동에서 사용하는 약조차 구비하지 못한 채 환자를 봐야 하는 일이 부지기수”라며 “코로나 격리병동을 오픈할 때에도 간호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물품을 하나하나 직접 준비해야 했는데 마무리할 때 역시 모든 일은 간호사가 다 떠맡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감염병 간호인력기준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 해당 기준안이 적용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간호사는 “감염병 간호인력기준이 현장에서 적용된 병원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심지어 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은 감염병 간호인력기준 시범병원이었지만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꾸준히 인력기준을 적용하자고 요구했지만 병원은 이를 무시한 채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덧붙였다.


김 간호사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제화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인력인권법은 최근 대한간호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과는 별개의 내용으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를 법제화해 인력기준 배치를 적게 한 의료기관은 징역이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규정이 포함됐다.


작년 10월 국민의 지지 속에 10만 청원을 달성했지만, 국회는 해당 법률안에 대한 입법논의를 임기 말기인 2024년 5월 29일까지 미뤄둔 상태다.


김 간호사는 “간호사가 환자를 간호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 시간은 간호사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 근로조건을 개선해야만 만들어 낼 수 있다”며 “간호인력인권법은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돌출하는 상황 속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법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줄이면 환자의 사망률, 입원 기간, 감염률이 낮아지고 숙련된 간호사가 늘어나면 환자들은 더욱 안전한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간호인력인권법은 간호사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도 함께 지킬 수 있는 법이기에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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