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의료계에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부는 가운데, 간호계가 “디지털 기술은 적정인력 배치기준과 함께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할 수단”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19 유행 및 환자 권익 신장으로 어려워진 간호대생 실습 교육을 지원하고, 단순반복 업무 대체 등 업무 효율화를 통해 고령화 사회에서 증가할 간호 수요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에서다.
지난 14일 개최된 ‘지속가능한 간호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회는 김상희 국회 부의장, 김성주·허종식·최연숙 의원 등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 일상 회복과 함께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새로운 간호전달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휴먼 케어 모델을 발전시키고 빅데이터 등을 통해 미래 융합형 간호 인재 양성을 체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VR/AR 홀로그래픽 연구실 실장은 ‘휴먼케어를 위한 디지털 널싱’을 주제로 발표하고 간호계에 접목 가능한 디지털 기술을 소개했다.
그는 “간호는 본질적으로 환자를 세심히 케어해야 하는 서비스로,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없기에 작업 경감·지원·교육 등에 접목시켜 활용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확장현실(XR) 교육을 통해 간호사 훈련 지원이 가능하다. 이 실장은 “해부학은 의료 관련 교육의 기초인데, XR로 장기와 인체구조의 3차원 공간 관계를 학생들이 관찰할 수 있다”며 “학생들이 즐거워했고 참여 동기가 증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가상 간호 절차 교육 훈련도 가능한데, 반복 수행을 통해 숙련도를 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술실에서 기구 테이블을 준비하는 시나리오 훈련 등이 그 예다. 환자와의 소통 연습 또한 가능하다. 가상 환자와 문진하는 방식이다.
사물인터넷·메타버스로 업무 동선 효율화하고 평생교육 공간 마련도 가능
정유미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수는 “비대면 기술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국민 더 가까이에서 적극적 간호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간호와 4차 산업혁명 기술 융합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홀로그램 등은 간호대생 교육 뿐 아니라 유휴간호사 재교육과 간호사 보수교육, 신규간호사 오리엔테이션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의견을 보탰다.
현장에서의 업무 효율 또한 증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사물인터넷(IoT)은 병동에서 간호사의 동선을 파악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간호인력 산정·배치 근거 기준이 돼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토록 공간을 디자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면 신세대 간호사들이 교류하고 놀고 배우고 치유하고 협업하는 생산적인 평생학습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로봇은 단순반복적인 간호업무를 대신하고 감염병 및 독성 환경에서 위험한 업무를 대행, 간호사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직접간호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 교수는 “환자 데이터를 축적해 응급상황 등을 예측하면 보다 정밀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방문간호사들은 인구집단 데이터를 통해 적합한 지역사회 수준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또한 이러한 디지털 기술 접목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양정석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 과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시행 중인 병원에 가보니 예전 설계된 탓에 환자들이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을 치고 지내더라”며 “디지털 장비 등으로 이러한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양 과장은 “간호사 적정인력 배치기준과 함께 이러한 기술이 동반되면 현재 간호인력 관련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