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여야 의원들이 동시에 독립간호법을 발의하며 간호계의 오랜 숙원에 그 어느 때보다 청신호가 켜졌지만 법 제정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아직도 첩첩산중인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뿐 아니라 간호계 내부인 대한 간호조무사협회까지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간호협회의 외로운 싸움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호조무사 단체들은 "간호독립법 제정 시 자격증을 반납하는 등 ‘생즉사 사즉생(生卽死 死卽生)’ 각오로 철폐에 사활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간호계 또한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각종 온.오프라인 응원 챌린지를 진행하는 등 총력을 다하며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독립간호법’이 21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합심 아래 재추진되면서 간호계의 숙원이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 등 49인이 발의한 간호법은 ▲전 문간호사 자격 및 업무 ▲의사 등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 업무 ▲간호사 업무 범위 ▲간호사 면허 대여 금지 ▲지역 별 간호인력 지원센터 설치·운영 ▲간호기록부 거짓 작성 시 1년 내 면허 또는 자격정지 등을 담고 있다.
‘의사’가 중심인 현 의료법은 의료시스템에 맞지 않아 국내 보건의료체계 발전과 개선을 위해 조속한 간호법 제정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 온 간호계는 이번 기회에 법률안 발의가 통과까지 이뤄지도 록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국민들에게 간호법의 필요성을 알리고 홍보 하기 위해 SNS에 ‘간호법이 필요해’, ‘간호법 제정’ 등과 같은 응원 메시지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간호사 중심 커뮤니티인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도 간호법 응원 메시지가 담긴 컵홀더를 제작해 신청받은 인근 카페에 나눠주는 간호사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해당 캠페인에는 서울과 경기도 뿐 아니라 충청도, 전라도 등 전국 각지의 카페가 동참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많은 여야 의원님들이 간호법 제정에 참 여해 주신 것은 의료기관 규제 중심의 의료법으로는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간호사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간호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준 결과”라며 “조속히 간호법이 제정돼 시행될 수 있도록 끝까 지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독립간호법, 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결사 반대”
간호법 제정에 힘이 실리자 간호조무사단체는 국회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통과 시 단체 면허증 반납운동을 진행하겠다 는 등 결사반대 의지를 천명했다.
간호조무사는 국내 간호 인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간호법 발의까지 간호조무사와 어떠한 협의도 없었고, 법안 내용 또한 간호사 처우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는 주장이다.
서울시간호조무사회(회장 곽지연)는 지난 4월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법 반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회원들 뜻이 담긴 성명서를 김민석 의원 등에게 전달했다.
곽 회장은 “여야 3당이 발의한 간호법안은 당사자인 간호조무사와 단 한마디 논의 없이 발의됐고, 내용 면에서도 간호조무사 요구는 철저히 배제하고 간호조무사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간호사 뿐 아니라 간호조무사도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간호조무사협회 법정단체 인정과 간호조무사 전문대 양성을 간호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시간호조무사회는 “간호법 철폐를 위해 자격증 반 납을 고려하는 등 ‘생즉사 사즉생’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곽 회장은 “독립간호법 철폐를 위해 필요하다면 간호조무사 생명과 같은 자격증을 반납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달라”며 “존재감 없는 보건의료인으로서 간호 현장을 지켜야 하는지 스스로 간호조무사 존재감을 피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간호조무사회는 간호법안이 상정된다면 회원들과 함께 간호법 결사반대 비대위를 구성하는 한편 전국 간호조무사 회원들과 함께 간호법 결사반대 투쟁에 임하기로 결의했다.
“간호조무사 무면허 의료행위.법정단체화 반대” 잇단 청원
두 단체 간 명확한 입장차이로 독립간호법 제정이 가까워질 수록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간호조무사의 무분별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해주세요’, ‘간호조무사 명칭을 조무사로 변경해주세요’ 등 간호조무사 업무 범위를 축소해 간호사와 명확한 구분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라 게재됐다.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의료법 개정을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글 게재자는 의료인인 간호사와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 업무범위를 의료법으로 명확히 구분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간호 보조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의 모호한 표현으로 인한 업무범위 혼란으로 환자들이 무면허 의료행위에 노출되고 있다”며 “간호 보조 업무에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가 속하는지 기술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 업무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단체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법정단체’ 설립에 대한 반대 목소리 또한 높다.
법정단체는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설립하도록 하는 단체를 말하며 의료인, 변호사 등 국민 생명, 재산, 권익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업무상 공익적 성격이 강한 일부 주요 전문면허 또는 자격에 한정해 지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 단체는 의사(대한의사협회), 치과의사 (대한치과의사협회), 한의사(대한한의사협회), 간호사(대한 간호협회),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변리사(대한변리사회), 법무사(대한법무사협회), 공인회계사(한국공인회계사회), 세무사(한국세무사회), 감정평가사(한국감정평가사협회) 등이 있다.
지방의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4학년 학생들이라고 밝힌 청원 인은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며, 공익 목적으로 법정단 체를 설립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간호조무사 처우개선 등을 목적으로 설립하고자 한다”며 간무사협회가 요구하는 법정단체 설립을 반대한다는 청원을 게재했다.
청원인들은 “의료법상 법정단체 규정은 해당 단체 구성원의 기본권을 제한할 뿐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다른 직능 기본권 은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법적으로 의료인이 아닌 간호조무사는 헌법상 보장된 결사 자유에 따라 얼마든지 단체를 설립할 수 있고 이미 단체를 설립해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들은 “간무협의 법정단체화는 간호조무사 업무 영역 확대 주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 경우 다수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자리를 간무사가 메워 간호 업무의 질을 떨어트릴 우 려가 있다”며 “이는 국민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 등에서 합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간호제도의 경우 간호사와 준간호사의 법정단체가 통합돼 있고, 총 관리는 간호협회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정단체 설립 갈등을 겪는 한국과 달리 간호 영역의 법이 체 계적”이라며 “국민보건 향상이라는 목표를 위해 의료법 규정 취지에 따라 두 단체의 화합 내지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중앙회 법정단체화 실현 이후 간호조무사 측은 2년제 학교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에서 부족한 간호인력을 모두 대체인력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렇게 되면 간호사 면허는 불필요해지고 간호대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간호는 질(質) 하락이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2011년 겨우 이룬 간 호학제 4년제 일원화에서 다시 2년제 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덧 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