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속 병원 실습 간호대생 ‘이중고’
기본검사 외 코로나 검사 추가 비용 부담 가중, 한 병원서 실습 못하고 전전(轉轉)
2021.01.08 06:31 댓글쓰기
코로나19 확산 속 감염 위험을 안고도 병원실습을 강요받는 일부 간호대학생들이 실습 전(前) 받아야 하는 각종 진단검사나 예방접종 비용과 관련, 학교나 병원 측 지원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및 예방접종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요구하는 병원이 대다수라 학생들은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30만원까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간호대학 학생들은 국내 간호교육 인증기준 제도에 따라 졸업 시점까지 병원과 지역사회 기관 등에서 1000시간 이상의 현장실습을 이수해야만 한다.
 
만약 질병에 걸리거나 기타 사정으로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정해진 실습시간 외에 더 남아 그 시간만큼 별도로 채워야 하며, 보충하지 못한다면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고 졸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간호대 정원이 큰 폭으로 증가해 임상실습 기관이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 대다수는 실습기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타지역으로 나가거나 3~6개 병원을 전전하며 실습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은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실습 시작 전 학생들에게 각종 예방접종이나 항체검사를 요구하는데, 일부 병원이나 학교는 이에 대한 비용 지원이 전혀 없어 학생들이 전적으로 지불하고 있었다. 
 
“모든 비용을 학생 개인부담으로 돌리는 학교도 있어”
 
행동하는간호사회 학생모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학생 부담률은 학교예산이나 방침에 따라 다르다”며 “학교별로 병원 현장실습 전 기본적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부터 최근 코로나19검사까지 지원해주는 곳이 있는 반면, 모든 검사 및 예방접종 비용을 전부 학생 개인부담으로 돌리는 곳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부담과 의료기관 부담 등을 고려해 현장실습을 취소하고 대체실습을 진행한 경우가 많은데, 현장실습을 강행한 학교는 의무적으로 학생들에게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게 했다”며 “진단검사는 8~18만원 수준인데 병원 3곳을 나가는 경우 검사를 3번 진행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은 코로나19 진단검사 외에도 B형 간염과 디프테리아, 파상풍, DPT, 홍역, 풍진, 유행성이하선염, MMR, 수두, 독감 등의 예방접종과 함께 이 같은 질병의 항원·항체검사를 실시한다.
 
그는 “코로나 이전에 병원 실습을 나가기 전 맞아야 했던 예방접종 수는 기본 5~6개로 접종 및 검진 의료기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까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맞았다고 할지라도 항체 유무에 따라 병원실습을 진행할 수 있는지가 바뀔 수 있다”며 “이럴 경우엔 항체검사를 별도로 시행해야 하는데 항체검사도 한 종목당 최소 2~3만원부터 최대 7~8만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간호대생 A씨 또한 최근 간호사 커뮤니티인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 “내년 실습을 나가기 전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데 학교가 예방접종지가 아닌 항체검사지를 요구한다”며 “디프테리아는 34만원, 파상풍은 9만원 수준이고 이외에도 A형·B형 간염, MMR 등 항체검사 비용으로 총 12만원이 들었다”고 게재했다.
 
그 외에도 학생들은 “실습 전 예방접종에 수십만원을 써야 하는 것은 전국 간호대학 모두 똑같다”, “예방접종과 항체검사를 다 끝마쳤는데도 코로나로 인해 결국 실습은 못 갔다”, “심지어 지난 추석 본가로 귀성하려면 학생 사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확인서 제출을 요구한 병원도 있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건강권을 실현하는 행동하는간호사회는 “학교 및 병원은 실습지에서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임상 실습을 시행해야 한다” 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임상 실습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실습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학교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교과과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열 체크-전자 문진’ 등 코로나19 방역 예방도 미흡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현장 실습을 강행한 일부 대학이나 병원 대다수는 마스크 지급이나 전자문진 등 형식적인 것 외엔 학생들의 감염 예방을 위한 별도 조치를 마련하지 않아 방역 조치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은 치료 목적으로 방문하는 장소인 만큼 코로나19에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다.
더욱이 간호학생 대부분은 학기 중 다양한 지역에서 실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역 간 감염의 매개체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간호대 정원에 비해 실제로 임상실습이 가능한 300병상 초과 종합병원은 국내에 약 170여 개로 실습생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학생들 대다수는 실습기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 간호인력 확대 정책에 따라 지난 2006년 127개교였던 간호대학은 2020년 214개교로 무려 68%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한 간호대생들이 임상실습을 수행할 수 있는 실습기관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40% 이상이 타지역에서 실습을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힘든 상황은 한 의료기관에서 1~2주간 실습 후 다시 타지역 의료기관으로 이동하는 등 3~6개 병원을 전전하며 실습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에 따르면 실제 거주지로부터 실습지까지 이동시간이 편도 1시간 이상인 간호학생들은 전체의 64.3%이며, 3시간 이상은 8.1%였다. 

이처럼 원거리를 이동해 실습을 받아야 하는 간호학생들의 대부분(72.3%)은 임시적으로 고시원, 원룸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 거주하고 있어, 감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올해 실습에 참여한 간호대학생 B씨는 “마스크를 제공받고, 매일 전자문진을 하는 것 이외에 병원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매일 불안함에 떨며 실습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간호대 학생도 “학교 및 병원이 실습지에서 생길 수 있는 코로나19 감염에 대비한 조치를 마련하고 임상 실습을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임상 실습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임상 실습을 진행하지 못한 경우에는 실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학교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교과과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실습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원거리 실습으로 인한 주거 및 교통문제, 안전 문제에도 무관심한 채 1,000시간의 실습시간을 형식적으로 충족 시켜 간호인력을 배출하려는 수동적 태도를 버리고 실습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올해 간호학과 학생들의 임상실습을 진행한 지방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실습을 나온 학생들은 매일매일 발열체크를 진행하고 전자문진을 작성토록 했다”며 “병원 내무 사정 등의 이유로 별도의 방역 교육 등은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2020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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