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국민소득 증가, 외국인 환자 유입 등 국내 의료 수요가 점차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의사 총량 논의에 대한 요구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30일 국회에서 개최된 ‘공공의료인력 확충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 -공공의료 의사 부족, 이대로 좋은가?’[사진]에서는 대체적으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의사 총량 사안을 중심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현재 의료계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의료를 둘러싼 환경 변화와 배치 구조의 문제 등을 거론하며 관련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이재호 의무이사는 “우리나라 의사밀도는 2006년 3순위(8.3명)에서 2009년 OECD 회원국 중 2순위(9.5명)로 높다”면서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이라고 접근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증가율 및 의사밀도가 높음에도 단순히 현재의 절대적인 의사 수가 OECD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근시안적”이라면서 “의사 과잉공급에 따른 비용증가에 대해 과연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라고 피력했다.
의료수요 급증에 따른 ‘공급 확보’ 화두…“거시적 관점 필요”
하지만 의대 정원이 동결된 이후 의료수요가 크게 증가해온 터라 총량 측면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보건복지부 고득영 과장은 “2000년에 비해 국민소득이 두배 늘었고, 인구 구조면에서 봤을 때 의료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총량면에서는 의료공급이 증가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외국으로의 의료기관 진출도 활발하고 외국인 환자도 12만명 수준”이라며 “우리 국민을 위해서 진료하는 부문은 줄어들게 된다. 양적 관점에서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 증가만으로 공공의료나 수급 불균형 등 도미노같은 사안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고려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의사 수를 고려할 때는 반드시 반대 측면, 국민의료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더 많은 부담을 하면서 현재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느냐, 이것은 또다른 사회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이건세 교수는 “단순히 의사가 많아지면 믿고 신뢰가능한 주치의가 생기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단순 양적 확보가 질, 신뢰성, 분포, 적합성 문제 등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거시적 관점을 요구했다.
'지방 특화 및 공공의료인력 조건 입학' 등 의대 신설 방안 다양
특히 의과대학 신설 필요성과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의사인력 확충 방안으로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 의사인력이 왜곡돼 있는 현 의료공급체계에서 제대로 활용될 수 있을까 싶다. 수련제도 및 펠로우제도를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의과대학 증원을 통해서는 취약지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을 고려, 지방 중소도시 특화 방향이 좋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창원대 공덕암 교수는 “의료인력이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서 한다면 지방으로 가려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의대 없는 지방에 의대를 신설, 중소도시 특화를 통해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병원과 같은 인프라가 없는 대학에서의 의과대학 운영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었다.
건국대 이건세 교수는 “서울의 경우 노인전문, 정신, 장애인치과병원과 같은 특수진료병원이 있다”며 “이러한 병원에서 일을 하는 조건으로 입학시키는 등 공공병원에서 훈련받고 근무하는 조건의 특정대학 식이라면 신설 조건으로 타당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