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의료인력 증원 문제가 간호계로까지 번져가는 모습이다.
10일 간호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 이하 간협)가 지역간호사제 도입을 전제로 하는 간호대 증원에 찬성한 것을 놓고 간호사와 간호학생들의 반발이 커지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간협은 성명서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 지지 입장을 밝히며 지역간호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간호대 증원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성명서에서 간협은 “핵심 의료인력인 간호사 양성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간호대학 입학 정원을 증원할 경우 국가 책임 하에 지역과 공공보건의료를 위한 간호사 양성으로 전면 전환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사만으로는 지역간 의료불균형과 격차를 결코 해소할 수 없다”며 “국민들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 방역과 진료체계에서 간호사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를 직접 확인했다”며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선 지역간호사 집중양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간협 입장에 대해 일선 간호사들과 간호대생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간호사 부족 문제는 간호대 증원, 지역간호사제 도입이 아닌 간호수가 신설 등 처우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간협의 해당 성명서 발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간호사의 무조건 증원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에는 10일 오전 기준 약 3만8000명에 달하는 이들이 동의했다.
청원 작성자는 지난 10년 전에 비해 1년에 배출되는 간호사들이 늘어났음에도 간호사가 부족한 것은 결국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간협이 주장하는 정책은 아예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간호협회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전체 간호사의 뜻인가. 나는 간호사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간호사의 더 이상의 증원은 막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간협의 지역간호사제 도입 주장에 대해서는 “농어촌 지역으로 간호대 정원 늘리면 간호사가 그쪽으로 갈 것 같냐”며 “인프라도 없고 돈도 안 주니까 안 가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간협이 간호대 증원에 찬성하는 것은 간호대 교수 자리가 많이 나기 때문이냐"며 "10년 뒤에는 대학생이 20만명으로 줄어 대학교 3분의 2가 없어져 간호대 교수 목이 날아갈 판국인데 무슨 짓이냐"고 분노를 터뜨렸다.
청원글 작성자는 끝으로 “문제의 해결책은 간단하다. 간호수가를 현실화하고 간호사 수를 오히려 줄여야한다”며 “또는 의료수가를 현실화해 그 중에 간호파트의 파이를 늘려달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간협 “무차별적 증원 찬성 아니다” 진화 나섰지만 원색 비난 이어져
이처럼 간호대 증원 관련 성명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자 간협은 추가 설명자료를 통해 무조건적인 간호대 증원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며 진화에 나섰다.
해당 자료에서 간협은 “일방적‧무차별적 정원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은 변함없다”며 “협회가 제시한 지역간호사제도는 별도의 전형절차 통해 국가책임 아래 신입생을 선발‧양성해 제도 도입 목적을 담보할 수 있게 하는 한시적, 제한적 제도”라고 해명했다.
이어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는 결국 병원의 간호사 인원 법정 기준 미달시 강력한 행정조치 등 정부의 정책시행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협회에서 입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 같은 근로환경 개선 등 간호사 업무를 다룰 복지부내 전담부서 설치를 강력 요구하는 한편, 이번 국회에서 독립간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간협의 해당 설명자료 배포 이후에도 분노한 간호계 여론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모습이다. 간호사, 간호학생들이 활동하는 한 SNS 커뮤니티에서는 간협의 정원 확대 주장에 대해 날선 비판들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사로 보이는 한 네티즌은 “(간협의 해명이) 별로 와닿지도 않고, 내가 동의한 적도 없는데 의사 증원에 동의한다고 마음대로 써낸 것에 대한 입장도 없다”며 간호대 증원에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 외에도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건 좀 들고 일어나야할 것 같다” “이게 간호협회냐, 간호사 등쳐먹는 협회냐”, “의대 난리날 때 우리한테도 이럴 줄은 알았지만 먼저 말 꺼내는 게 간협일 줄이야. 간협은 백해무익하다” 등 간협에 대한 강한 비판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